글로벌 TV 출하량은 주춤
'움직이는 디스플레이' 대안으로
글로벌 TV 시장이 수년째 정체 및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전통적인 벽걸이 대형 TV의 시대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거실 한쪽에 고정된 대형 화면 대신, 거실·침실·주방은 물론 캠핑장과 사무실, 카페와 야외 행사까지, 콘텐츠 소비의 장소와 방식에 구애받지 않는 '이동식 스크린'이 돌파구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TV 출하량은 코로나19 특수를 제외하면 2021년 이후 성장 정체 또는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출하량의 경우 작년 대비 0.1% 역성장이 예상되며 사실상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형화·고화질화 경쟁이 포화점에 다다른 결과다. 여기에 유튜브·OTT 등의 소비가 일상화된 것이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읽힌다. 벽에 고정된 초대형 스크린의 압도적 존재감이 더는 소비자 수요를 자극하지 못하면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자업체들은 고정형 TV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디스플레이 제품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동식 스크린이다. 이동식 스크린 시장 포문을 열었던 대표주자는 LG전자로 지난 2021년 '스탠바이미'로 새 시장을 연 이후, 최근 4년 만에 업그레이드 모델 '스탠바이미2'를 내세워 해외 시장까지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2세대가 전작보다 달라진 점은, 나사를 푸는 복잡한 과정 없이 버튼 하나로 화면부를 스탠드와 분리한 뒤 탁상 위에 놓거나 액자처럼 걸 수 있도록 하면서 이동성을 대폭 높였다는 점이다. 사용 시간도 기존보다 1시간 더 길어졌고 27형 QHD 고해상도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화질도 개선했다.
스탠바이미2는 지난 2월 국내 출시 후 5개월간 판매량이 전작 대비 약 4배를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출시 직후 1000대 이상 초도 물량이 조기 완판된 바 있다. 아울러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외에 호텔, 병원 등 B2B(기업간거래)로도 영역을 확장 중이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는 이동식 스크린 '무빙스타일'로 대응 중이다. 최근에는 32형 신제품 ‘무빙스타일 엣지’로 베젤을 줄이고, 스탠드 일체형 설계를 적용해 자유로운 설치와 이동성을 강조했다.
빔프로젝터 시장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엡손은 글로벌 오디오 브랜드 보스(Bose)와 협업해 고음질 사운드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프로젝터를 공동 개발 중이다. 이 제품은 영상과 함께 보스의 음향 기술을 더해 별도의 스피커 없이도 보다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할 계획이다.
고화질 영상과 함께 편리한 무선 연결, 스마트 기능 등을 갖춰 홈 엔터테인먼트 환경에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엡손과 보스의 이번 협력은 프로젝터에 사운드 기능을 강화해 라이프스타일 가전으로서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LG전자는 손바닥 크기 '시네빔 쇼츠'로, 방 한 구석 작은 벽에서도 단 40cm 거리만 있으면 100인치 4K 대화면을 만들어내는 기술 혁신을 강조한다. 최근 캠핑장, 오피스, 야외행사 등 비일상 공간에서 이동형 스크린과 미니 빔프로젝터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도 이 같은 트렌드를 뒷받침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형이 기존 TV의 대체재는 아니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화질·밝기·음향 등 물리적 한계나 넓은 공간에서의 몰입감이나 안정성 등은 여전히 고정형 TV의 고유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개인화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콘텐츠 소비 행태에 최적으로 대응하는 신제품군이 바로 이동식 스크린"이라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