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 먹방’ 후라도, 피어오르는 장수 외국인 투수의 향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5.08.21 09:23  수정 2025.08.21 09:24

최다 이닝 및 3번의 완투와 두 차례 완봉승 기록

29세 나이에 벌써 KBO 3년차, 장기 계약도 가능

아리엘 후라도. ⓒ 연합뉴스

KBO리그 3년 차 외국인 투수인 삼성 아리엘 후라도(29)가 등판 때마다 마운드에 안정감을 불어넣으며 장수 외국인 투수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후라도는 올 시즌 24경기에 선발로만 등판해 11승 8패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하고 있다.


후라도를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닝 소화. 현재 158.1이닝을 먹어치운 후라도는 이 부문 전체 1위를 기록 중이며 올 시즌 리그에서 200이닝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투수다.


경기를 책임지는 능력도 대단하다. 올 시즌 세 차례나 완투를 거뒀고 이 가운데 2경기는 완봉승이었다. 후라도가 24차례 마운드에 오른 동안 5이닝 이하만 소화하고 조기 교체된 경기는 단 2경기에 불과한 반면, 20경기를 6이닝 이상으로 만들었다.


당연히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횟수 부문에서 19회로 전체 1위이며,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2실점 이하) 또한 12회로 한화의 특급 투수 폰세(10회)를 상회한다. 즉, 후라도가 등판하면 50%의 확률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의 투구를 볼 수 있는 셈이다.


2023년 키움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두 시즌을 뛰었던 후라도는 2년 연속 10승과 30경기 선발 등판의 경력을 쌓은 뒤 올 시즌 삼성으로 이적했다. 타자 친화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 됐으나 기우였다.


후라도는 158.1이닝 동안 잡아낸 탈삼진이 114개에 불과할 정도로 공의 위력보다는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먹어치우는 유형의 투수라 구장의 파크펙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후라도의 올 시즌 홈경기 성적은 15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2.87로 매우 훌륭하다.


더욱 무서운 점은 원정에서의 성적이다. 후라도는 원정서 9경기 5승 4패 평균자책점 2.10으로 기록, 집 밖에 나갔을 때 폰세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했다.


외국인 투수 최다 이닝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KBO리그에서 장수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텍사스와 뉴욕 메츠에 몸담았던 후라도는 빅리그 통산 181이닝 12승 16패 평균자책점 5.97을 기록한 투수다. 무엇보다 빠르지 않은 공과 구위 또한 남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빅리그서 버티는데 한계가 뒤따랐다.


과거 KBO리그서 두각을 나타냈던 특급 투수들은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되는 신화를 써냈다. 올 시즌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폰세도 그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달리 후라도는 KBO리그 맞춤형 투수로 한국에 잔류하며 장기 계약을 노리는 게 커리어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나이도 강점이다. 20대 후반의 후라도는 벌써 3시즌째 보내고 있으며, KBO리그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린다면 외국인 투수의 역사를 몽땅 갈아치울 수 있다.


가장 오랜 기간 한국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는 총 8시즌을 뛰었던 니퍼트와 소사다. 니퍼트는 30세에 한국에 처음 와 37세까지 뛰었고 유일한 100승(102승) 투수이자 가장 많은 1291.1이닝을 소화했다. KBO 3년 차인 후라도는 벌써 532.1이닝을 던졌고 내년이 되면 니퍼트의 1년 차 때 나이와 같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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