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 "불편"…與, 조국 발언·행보에 '쓴소리' 분출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08.23 00:10  수정 2025.08.23 00:10

특별사면 이후 李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에

조국 "영향력 'n분의 1'" 발언 등 논란 지속

사면 공개 요구한 강득구·민주당 지도부도

비판쇄도…일각선 "독립운동하다 구속됐냐"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인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가 특별사면·복권된 이후 급속 재개한 정치 행보와 이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의 발언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못마땅한 표정이다. 조국 전 대표의 행보와 논란을 살 만한 발언 한마디가 혁신당이 아닌 정부·여당 지지율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 자명할 뿐만 아니라, 여론의 반감마저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전 대표는 지난 15일 사면된 이후 내년 지방선거 또는 재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는 등 본격적 정치 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사면 결정 이후 정부·여당 지지율이 내리 하락세를 달리는 데 대해 반박하거나,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서도 사과 없이 오히려 청년 세대의 반감을 일으킬 법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앞서 조 전 대표는 지난 18일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면 전후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데 대해 "(본인의 사면이) n분의 1 정도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언론이나 국민의힘은 '조국 사면 때문에 모든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원자료를 봐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징역 2년의 유죄를 선고 받고 구속된 데 대한 일각의 사과 요구엔 "내가 몇 번의 사과를 한다고 2030이 마음을 열겠느냐"라며 "나를 싫어하는 분이 있다면 왜 싫어하는지 분석하고 할 일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조 전 대표가 사과 할 경우 자신의 혐의를 그대로 인정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는 논란을 샀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9일~21일 이틀간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를 통해 조사한 대통령 직무평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3%p 하락한 56%로 나타났다. 부정평가 이유 1순위도 2주째 '특별사면'(21%)이 꼽혔다. 광복절 사면·복권 대상자엔 위안부 후원금 횡령 의혹으로 유죄를 받은 윤미향 전 의원도 포함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의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지율 하락이 지속되자 여당에서는 조 전 대표에 대한 비토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조 전 대표는 감옥에 있는 바람에 정치적 활동을 하지 못했기에 사면·복권된 상황에서 당연히 정치적 행보를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좀 더 겸허한 자세로 국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을 가장 처음 공개 요구했던 강득구 의원은 페이스북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사면을 건의했던 당사자로서 지금의 모습은 당혹스럽다"며 "조 전 의원이 사면으로 석방된 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는데 몇 개월이나 지난 것 같다. 이런 모습들이 국민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한준호 최고위원도 MBC라디오에서 "사면과 관련해 'n분의 1' 발언 등에 대해서는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면 자체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의 부담이 상당했을 텐데 이걸 스스로 받아들일 때 이 부분의 평가를 박하게 하는 게 아니냐는 느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전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생각보다 (사면의) 여파가 크다"며 "국정 운영에 상당히 짐이 된 건 사실이니까 조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이 성공해야 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집권여당에 대한 배려도 좀 하셨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실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와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인 사면으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이 대통령"이라며 "이 대통령은 무슨 이익을 보기 위해 한 게 아니고 '피할 수 없다면 할 수밖에 없다'고 해서 고뇌 어린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국정 지지율 하락에 조 전 대표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밖에서는 더욱 적나라한 비판이 터져나왔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으면 조금 자숙의 기간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조 전 대표의 사면 후 행보와 발언이) 이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엄청나게 갉아먹고 있다"며 "마치 무슨 독립운동하다가 구속된 것처럼 광폭 행보 하는 게 아주 부적절하다"고 일갈했다.


혁신당은 수감 됐다가 풀려난 조 전 대표가 정치 행보를 재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반박했다. 혁신당 원내대표를 지낸 황운하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돼) 8개월간의 공백이 있었다"면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활발하게 언론과 접촉하고 당원·지지자들과 만나는 것은 너무 당연한 행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복당과 동시에 당 혁신정책연구원장에 지명된 조 전 대표는 이번 주말에도 정치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4일 자신이 창당을 선언했던 부산민주공원을 찾은 뒤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25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이어 26~28일에는 광주·전남·전북을 찾는다. 호남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혁신당 간 경쟁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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