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이른 아침부터 작은 식당 안이 분주하다. 앞치마를 두른 어르신들이 채소를 다듬고 커다란 솥에서 국을 끓이며 반찬을 정성껏 준비한다. 전주서원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어머니 손맛’ 공동체사업단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식당 메뉴는 집밥처럼 익숙한 백반, 된장찌개, 김치찌개부터 계절마다 다른 국수까지 다양하다. 메뉴 구성을 주변 상권과 겹치지 않도록 꾸준히 바꿔왔고 직장인들을 위해 매일 다른 나물 반찬을 곁들인 ‘건강한 1인상’을 내세운 것도 차별화 전략이다. 덕분에 직장인과 여행객 모두가 편히 찾는 공간이 됐다.
이곳의 중심에는 윤혜순(67) 씨가 있다. 한정식집을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아침 재료만 봐도 어떤 반찬을 만들어야 할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는 동료들과 분담해 음식을 준비하고 중간중간 직접 간을 보며 맛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율한다. 윤씨는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맛이 변하지 않았다”는 손님 말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이상의 칭찬은 없다”며 “조리하는 사람이 건강해야 맛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소신을 덧붙였다. 그래서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 노력한다고 한다.
‘어머니 손맛’ 사업단은 이제 단순히 식당을 넘어 지역사회와의 나눔으로 발걸음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사와 유튜브에서 촬영 제안을 받을 만큼 입소문이 퍼졌고 앞으로는 도시락 사업을 체계화해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에 무료 도시락을 지원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같은 ‘어머니 손맛’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추진하는 ‘공동체사업단’의 한 사례다. 공동체사업단은 60세 이상 노인이 직접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민간형 노인일자리 사업이다.
사업비의 경우 1인당 연간 267만원이 지원된다. 사업단의 수익이 더해지면 보다 안정적인 소득이 가능하다. 전주 ‘어머니 손맛’에는 현재 8명이 참여해 원재료 손질과 조리, 주문, 판매까지 식당 운영 전반을 맡고 있다. 매일 신선한 식재료를 들여와 밥상에 올리고 있다. 2025년 추정 연매출은 약 8650만원에 달한다.
김경옥 전주서원시니어클럽 관장은 “어르신들의 경험과 손맛을 지역사회에 다시 돌려주는 게 목적”이라며 “무너진 전통 식문화를 회복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전하는 것이 가장 큰 가치”라고 말했다.
작은 식당에서 시작된 어르신들의 손끝은 오늘도 밥상을 채운다. 따뜻한 한 끼가 지역 공동체를 이어주는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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