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풀었지만 경제 견인 '역부족'…수출 호조에도 성장률 0.90% 전망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8.28 16:42  수정 2025.08.28 18:36

2년 연속 2% 미달 현실화되나

수출 훈풍 관세에 둔화될 수도

구조 혁신으로 대응 필요 커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상향됐음에도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소비쿠폰을 풀었음에도 성장률이 1%의 벽을 넘지 못했고, 수출 호조세마저 하반기 미국의 관세 변수에 의해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28일 한국은행은 ‘2025년 8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8%에서 0.9%로 0.1%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것은 2023년 11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이러한 상향 조정은 건설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소비와 수출이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소폭 상향에도 올해 성장률이 여전히 1%의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2년 연속 성장률이 2%를 밑도는 사상 첫 사례가 될 수 있어, 장기적인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정부가 하반기 내수 활성화를 위해 지급한 소비쿠폰이 예상보다 성장률에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난 20일까지 97.6%가 신청되고 지난 7일까지 약 50%가 사용됐다. 그러나 성장률 전망 조정에서 민간소비가 기여한 부분은 0.15%p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건설경기 부진도 성장률 개선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 건설투자 전망치는 -6.1%에서 -8.3%로 하향 조정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건설투자 부진이 성장률을 0.3%p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건설투자 성장률이 0이라고 가정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1%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을 지탱한 주요 요인은 수출이다. 반도체 수출이 AI 투자 확대 및 관세 대비 선수요 등으로 예상보다 강한 호조세를 보였다.


실제 올해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1100억 달러로, 지난 5월 전망치(820억 달러)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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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수출 호조세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올 하반기 미국 관세 부과 품목인 철강,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의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미국 관세 관련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미국과 다수 국가 간의 관세 협상이 있었지만 반도체 품목 관세나 보복 관세 등은 변수로 남아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내년 GDP 성장률은 올해보다 높은 1.6%로 전망되지만, 이는 지난 전망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내년에는 내수 회복세가 이어지더라도 수출 둔화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쿠폰 등 정책적 노력만으론 저성장 고착화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재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산업 발굴 등 생산적인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전문가는 "하반기부터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내수가 회복되더라도 이를 상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모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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