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사퇴' 불 지핀 대통령실…'삼권분립 침해' 논란 확산

논란 진화 위해 몸 낮추는 대통령실

우상호 "李 발언, 조희대 거취와 무관"

공세 고삐 잡은 野…"탄핵감 발언"

지난 6월 4일 국회에서 열린 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악수하는 이재명 대통령(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조희대 대법원장(사진 오른쪽에서 첫 번째). ⓒ국회사진기자단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론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과열되고 있다. 대통령실까지 참전해 여론에 불을 지폈지만, '삼권분립 침해' 논란에 부딪히자 급히 진화에 나서 확산은 막았다. 다만 '사법 개혁'을 명분으로 우회적인 압박은 지속되고 있는 탓에 침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야권에선 이재명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대통령실의 '삼권분립 침해'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삼권분립에 대한 이 대통령의 철학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드러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삼권분립이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하자는 뜻은 아니고, 행정·입법·사법 가릴 것 없이 국민의 주권 의지에 종속된다"고 밝혔다.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 사법권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위헌' 지적이 나오자 힘을 싣고자 나온 발언이다.

이 발언 이후 야권의 이 대통령의 삼권분립 침해 비판은 거세졌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이날 사법부 권한 침해 논란을 의식해 '국회 추천' 조항을 삭제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발의했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위헌 소지는 없지만 삼권분립에 위배 주장을 수용해 국회는 추천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론 반발을 우려해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을 피해 갔지만, 문제는 이 대통령이 "그게 무슨 위헌인가"라면서 정면으로 반박한 당시에는 '국회 추천' 내용이 반영된 상태였다.

여기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발언은 '삼권분립'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대법원장이 '임명직'이라는 점을 겨냥해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조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고,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이 확산되자 우상호 정무수석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대통령실은 '조희대 사퇴론'을 둘러싼 여야 공방 장기화로 삼권분립 침해 논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부작용을 우려해 '속도조절론'을 내세운 검찰 개혁과 달리, 사법 개혁만큼은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도 논란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강 대변인 논란 다음 날인 16일 국무회의에서 "자기가 마치 권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독립적 지위를 내세운 사법부를 겨냥해 발언한 것으로 풀이하면서, 삼권분립 침해 논란은 거세졌다.

이른바 '이재명 재판 기획설'이 여당 내에서 제기된 것도 이때부터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자, 압박 수단으로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사흘 뒤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났다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의혹으로 법조계의 사법 개혁 반발 문제는 수면 아래로 들어가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이 '조희대 사퇴론'의 핵심이 됐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 사퇴설이 대통령실과 여당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장 사퇴 협박, 인민재판부 설치법안 발의 등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있기 힘든 반헌법적 일들이 단 4일 만에 일어났다"며 "대통령실과 여당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국민의힘에선 이 대통령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했다고 보고 탄핵까지 언급하는 상황이다.

정성국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삼권분립의 한 축을 특별한 이유 없이 사퇴하라고 하고, 사퇴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은 헌법 기관에 대한 불순한 모습"이라면서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발언 자체는 탄핵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권력 주체에 대한 존중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정무수석비서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정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법부 압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 현장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억울하면 특검에 당당하게 출석해서 수사를 받고 본인이 명백하다는 것을 밝혀주면 될 일"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해명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다 보니, 여권 일부에서도 강경 노선에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자칫 여론의 반발이 커져 개혁 동력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까지 거론되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면서 "당내 강성 인사들이 겁박하는 모습은 중도 민심과 상반되는 접근법이라고 보는데, 자칫 재판부가 압박받아서 개혁에 따라오는 모습이 보인다면 전체적으로 좋은 모습으론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삼권분립 침해' 논란 이후 자세를 최대한 낮추는 분위기다. 나아가 이 대통령이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사퇴 압박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내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축하는 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우 수석은 이날 JTBC 이가혁 라이브에 출연해 장 대표의 조 대법원장 사퇴론은 대통령실과 여당의 '합작품' 주장에 대해 "저희는 이 사안에 대해서 사전에 상의하거나 협조해서 같이 공동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며 "대통령실이 관여했다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선출이든 임명이든 권력 원천은 국민, 자기 것인지 착각해선 안 된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조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했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공직자가 가져야 될 기본적인 철학과 자세를 강조한 것"이라며 "굳이 이것을 조 대법원장 거취 문제와 연결해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