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형식 따지는 것은 이해 어렵다"
장동혁 "여럿이 모이는건 영수회담 아냐"
성사돼도 '신경전'…"민감한 얘기 모두 해야"
李 리더십 쏠린 눈…박지원 "실타래 풀어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이 조만간 성사될 전망이지만, 이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여야 지도부 회동'에 방점을 찍으며 영수회담엔 선을 긋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서 덕담을 나누는 것은 영수회담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회담 성사 핵심은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공항에 도착한 직후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포함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을 즉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일본 순방을 마치고 미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간담회를 통해 "야당의 대표가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지, 배제해선 안 된다"고 공언한 것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현재 강성 기조의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2일 당대표 선출 직후 '선(先) 계엄 사과 후(後) 악수' 기조를 내세우며 '협치'보단 '내란 척결'에 초점을 맞췄다. 이 기조는 장 대표가 선출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에서 윤어게인을 주창하는 세력이 지도부에 뽑혔다"며 도발했고, 장 대표는 "왜곡과 망상으로 점철된 정치 공세에 굳이 답할 필요 없다"고 맞받아쳤다.
여야 대표 신경전으로 정국이 경색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공언한 '협치·소통'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여야 지도부 회동 제안 역시 "여당이 아닌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야 지도부 회동이 이뤄진다면, 지난 6월 말 성사된 첫 여야 지도부 오찬 이후 두 달여 만이다. 당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통령의 재판 진행 요청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 문제 등 쟁점을 언급했지만, 집권 초였던 만큼 이 대통령의 소통 의지만 부각됐다. 그러다보니 이번 회동이 성사되면 경색된 정국을 풀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 회동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면서 성사 진통은 물론, 회동에서도 갈등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회동 형식부터 일부 오해가 발생하면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간 불신이 드러나고 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장 대표를 예방했을 당시 이 대통령의 초대를 언급하자 '영수회담' 제안으로 인식된 분위기였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고 입장을 냈지만, 장 대표한테는 공세 빌미만 준 모양새가 됐다.
장 대표는 이날 인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장에서 현안 관련 간담회를 통해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식사하며 덕담을 나누는 영수회담이라면 영수회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형식과 의제에 대한 협의가 우선되지 않을 경우, 회동을 거부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곧바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의제가 안 맞아서 못 만나겠다거나 형식이 안 좋아서 못 만나겠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후에 논의해 보자고 하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고, 야당이 논의하고 싶은 어떤 주제든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전임 정부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데 걸렸던 시간에 비하면 정말 빈도수도 잦고, 내용도 다양하게 말하는 관계"라면서 "장 대표가 넓은 마음으로 대통령실의 성의 있는 제안을 헤아려주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여야 지도부 회동을 수용해도 신경전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 6월 여야 지도부 회동 당시보다 쟁점이 쌓였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힘 추천 몫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부결된 것을 비롯해 대통령실 인사 검증 시스템 문제, 쟁점 법안(노란봉투법·검찰개혁·3차 상법 개정안) 등 논란을 회동 테이블 위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한미·한일정상회담 후속 조치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이지만, 장 대표는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따져 묻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은 영리해서 무서운 사람이지만, 우선 만나서 특검과 최교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등 민감한 얘기를 모두 해야 한다"면서 "영수회담이 아니라 여야 지도부 회동을 추진하는 것이 우위를 점하려는 것 같지만, 과거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영수회담에서 A4 10장을 준비한 수준으로 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부에선 이 대통령이 이번 회동을 통해 엉킨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헝클어진 정치 실타래를 풀어가는 정치 대통령이 되어야지, 윤 전 대통령처럼 멀쩡한 실타래를 헝클어뜨리는 대통령은 안돼야 될 것 아니냐"라면서 "(이번 회동을 통해) 이 대통령이 실타래를 풀 것이고, 풀어야 한다고 본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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