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보 재개하는 한동훈, 정치적 미래는… [정국 기상대]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9.02 04:20  수정 2025.09.02 04:20

韓, '라방·회동'하며 보폭 넓히기 시작

전당대회 결선에서 '반쪽 영향력' 확인

'민심·팬덤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변수

공천 관련 '張과 관계가 중요' 목소리도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5월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1대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친한계 의원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정치적 행보를 재개하고 있다. 8·26 전당대회 결선에서 장동혁 대표가 선출된 지 나흘 만이다. 장 대표를 향해 상식적으로 당을 운영해달라는 덕담으로 시작한 한 전 대표는 한미정상회담 등 외교 현안 관련 목소리를 내거나 우재준 청년최고위원과 회동하는 등 정치적 보폭을 넓혀나갈 준비를 마친 모양새다.


당 안팎에선 행보를 재개한 한 전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당장은 장 대표가 당이 단일대오로 가야한단 목소리를 내면서 친한계가 엇갈린 목소리를 내진 않을테지만, 향후 정국이 흔들리거나 한 전 대표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정면대결에 나설 수도 있단 관측이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을 켜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있었다. 장동혁 신임 대표를 비롯해서 당선된 분들께 축하를 드린다"며 "당을 상식과 민심에 맞게 이끌어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전당대회 결선 투표에서 김문수 후보를 꺾은지 나흘 만에 침묵을 깬 것이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전날에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우재준 청년최고위원과 회동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당일 페이스북에 한 전 대표와 두 손을 잡은 사진을 올리면서 "국민의힘, 그리고 대한민국이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늘 함께하도록 하겠다"고 적은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당 안팎에선 한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나설 몸을 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선 전당대회 정국에서 한 전 대표가 간접적인 타격을 입었음에도 즉각 움직인 것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앞서 한 전 대표는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에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 상식적인 후보들의 연대와 희생이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며 혁신파 후보들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올린 바 있다.


이어 결선투표를 앞둔 지난달 23일엔 "민주주의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다. 당대표 결선투표에 적극 투표해서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이는 당시 한 전 대표 대신 전한길 씨에게 공천을 주겠다고 말한 장 대표 대신 친한계까지 끌어안겠단 메시지를 냈던 김문수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간접적인 의견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한 전 대표의 호소는 반쪽의 효과만을 발휘했다. 한 전 대표의 메시지에 강경파 당원들이 결집하며 장 대표는 전당대회 결선에서 22만302표(50.27%)를 획득해, 21만7935표(49.73%)를 얻은 김문수 후보에게 2367표차 승리를 거뒀다. 특히 장 대표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18만5401표(52.88%)를 얻어 16만5189표(47.12%)였던 김 후보를 제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조사에서 장 대표는 3만4901표(39.82%)만을 얻어 5만2746표(60.18%)를 획득한 김 후보에게 뒤쳐진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가 당심 80%, 민심 2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면 결과가 뒤바뀌었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한 전 대표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단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와 장동혁 최고위원(현 대표)이 지난 2024년 8월 29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자신의 영향력을 일부 증명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한 전 대표가 성공적으로 복귀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골적으로 '반한(반한동훈)' 성향을 드러낸 장 대표가 차기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의 공천권을 쥐게 된 만큼, 한 전 대표의 다음 스텝이 꼬일 수도 있단 관측에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한 전 대표에게 최상의 정치적인 스케줄은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본인이 당선될 만한 지역에 출마해 배지를 달고, 원내에 들어와 세력화를 하고, 2028년에 다시 한 번 배지 달고, 2030년에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장동혁 체제 하에선 한 전 대표에게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기회가 안 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만큼 그 (스케줄) 자체가 당분간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 대표가 이끄는 지도부가 한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도 있단 우려도 나온다. 당원게시판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에 입성한 김민수 최고위원은 처음 열린 최고위에서 "당원게시판 조사는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며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와 정치적으로 뜻을 함께하는 친한계 역시 정치적 행보가 애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전 대표를 지원하는 친한계에게 정치적인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단 우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가 전대 기간 동안 센 목소리를 내면서까지 당권을 잡은 건 분명히 차기 대권 생각이 있어서이기 때문"이라며 "가장 견제해야 할 세력이 한동훈이고 친한계인데 내치진 않을 지언정 중히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한계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일단은 후일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친한계 한 의원은 "장 대표가 취임하고 나서 자기 주장을 누그러뜨리고 단일대오로 가자는 목소리를 내면서 친한계도 일단은 같이 가는 상황"이라며 "지금 적은 이재명과 민주당이지 안에 있는게 아니라는 주장에 동감하며 일단은 장 대표와 함께 가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여러 우려에도 여전히 한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재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선 결선투표에서도 민심이 여전히 한 전 대표에게 있단 것이 간접적으로 증명된 만큼, 확고한 정치적 스탠스를 갖고 입장을 넓혀나갈 수 있다면 재기하기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선투표에서 2000표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단 건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도 합리적이고 온건한 당원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고 한동훈의 입김이 여전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당장 내일의 정치도 알수 없는 만큼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게 출마를 부탁하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그 동안 얼마나 한 전 대표가 여론을 잘 이끌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결국 한 전 대표에게서 중요한 건 장 대표와의 관계를 어떻게 다시 설정하느냐 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본인 목소리를 내면서 지금과 같은 팬덤과 여론을 유지하면서 당에 자신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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