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무수익여신 1년 새 39.2%↑
건설업 연체는 반년 만에 71% 급증
기업대출 늘어나면 상황 악화할 수도
4대 시중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에서 더 이상 이자를 거둘 수 없게 된 이른바 깡통 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올해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건설업 부진에 부실 기업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특히 올 하반기 은행권이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기업대출을 더 늘릴 예정이라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4조10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총여신이 1457조6244억원으로 2.5% 늘어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증가세다.
무수익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법정관리 등으로 이자수입이 없는 대출을 뜻한다. 대출을 내주고도 이자조차 받지 못해 깡통대출이라 불린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무수익여신이 883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2.7% 급증하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이어 신한은행이 9051억원으로 40.0% 늘었고, 하나은행이 1조869억원으로 34.9%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29.6% 늘며 1조2267억원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내수 부진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건설업을 중심으로 이자를 갚을 여력이 부족한 차주들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중 무수익여신 잔액은 2조8397억원으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만 43.5%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건설업 연체 대출(1개월 이상)은 지난해 말 84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1452억원으로 반년 만에 71% 뛰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22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482억원으로, 신한은행은 224억원에서 334억원으로, 하나은행은 216억원에서 303억원으로, 우리은행은 187억원에서 333억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에도 건설투자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경제전망에서 올해 건설투자가 연간 8.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5월 제시한 전망치(-6.1%)에서도 추가로 내려 잡은 수치다.
향후 기업대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우려를 부추긴다. 정부 차원의 상생금융 확대를 강조하다 보니, 기업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무수익 여신이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안좋다보니 건설업 부실이 많이 발생했다"며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해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은행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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