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협치 분위기 조성 나섰지만
정청래 "국힘, 내란정당 해산" 공세 계속
검찰·언론·사법개혁, 방향·속도 두고 온도차
"명청 갈등 아냐" "정청래 정치 스타일 때문"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 가운데 주요 현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대통령실이 엇박자를 내는 듯한 모습이 종종 노출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당정대 원팀'을 외치고 있지만, 주요 개혁 법안의 구체적 내용이나 속도, 여야 관계 설정 등을 두고 온도차를 드러내면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3대(검찰·언론·사법) 개혁 완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모습이다. 또 대통령실은 민주당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의 협치를 주문하고 있지만, 정 대표는 '내란 정당 해산 공세'를 계속 펴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당과 대통령실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굿캅·배드캅'이라는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동시에 나온다.
정 대표의 지난 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이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주재한 여야 대표 오찬 회동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웃으며 악수하면서 협치 의지를 드러낸 지 하루 만인 이날 연설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하면서다.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내란'을 26번이나 언급했지만, '협치'는 단 한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 논란이 불거지자, 민주당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란 종식과 협치는 별개 문제"라며 "내란 종식을 분명히 하면서도 민생경제 분야는 야당과 협치해 분명하게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각자 역할에 따른 메시지 차이가 있다"며 "명청 갈등은 아니다"라고 했다. '굿캅·베드캅 전략이냐'는 진행자의 물음엔 "대통령은 어떤 국민도 다 수용하고 포용하는 자리인 만큼, 그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요구들을 담다 보면 메시지가 다소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요 개혁을 놓고서도 당과 정부·대통령실 간 온도 차는 여러 차례 노출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검찰개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국민 앞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하라"고 했지만, 정 대표는 같은 달 31일 "일정 시점에 충분한 토론을 하겠다"고 밝힌 이후 3일 뒤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 내 강경파는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었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7일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엔 중수청은 행안부 산하에 둔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언론개혁 문제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정치인·고위 공직자까지 허위보도 피해자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는 '고의'뿐 아니라 '과실'에 따른 허위 보도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도 (언론을) 고소할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신중론을 폈다.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된 바 없고, 굉장히 신중하고 폭넓게 들어야 한다"고 했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태도도 사뭇 다르다. 정 대표는 '국민적 요구'라며 국회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실은 다소 신중한 태도다.
친명(친이재명)계 한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당과 정부·대통령실이 마찰을 보이는 듯한 모습이 노출되는 것과 관련해 "정청래 대표의 정치 스타일 때문"이라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대통령실에선 검찰개혁에 대해 속도조절을 주문했는데, 정 대표는 그냥 밀어붙이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신경전의 수위가 대단히 위험한 수준은 아닌데, 당정대 엇박자의 모습이 계속 보여지는 건 좋지 않다"고 했다.
반면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당정대 불협화음은 절대 아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며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고, 정 대표는 한 진영을 대표하는 정당 대표다. 국정 운영 기조와 정당 운영 기조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나오는 메시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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