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모든 외국인’ 통합 지원 구축
“공정한 대우, 안전한 환경 조성 목적”
국내 외국인 취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정부의 외국인력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일하는 모든 외국인’을 아우르는 통합 지원체계 구축에 나선 것이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에서 취업한 외국인은 101만명을 기록했다. 외국인 취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중앙-지방 협의회’에서 외국인노동자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외국인노동자가 차별 없이 공정한 대우를 받으며,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장 이동 자유화·장기체류 허용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고용허가제(E-9) 사업장 변경 요건의 완화다. 외국인노동자가 부당한 대우, 위험한 근무환경에 놓인 경우 원활한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현재 고용허가제하에서 외국인노동자는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을 변경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번 변경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주요 변화는 체류 안정성 제고를 위한 장기근속 허용이다. 기존에는 E-9 비자 외국인노동자가 최대 9년 8개월 근무 후 반드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앞으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경우 출국·재입국 없이 장기근속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외국인 고용 제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24시간 상담체계·지역 맞춤형 지원
정부는 외국인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한 대응체계도 대폭 강화했다. 17개 언어를 지원하는 24시간 ‘다국어 인공지능(AI) 노동법 상담센터’를 개소해 임금, 근로시간, 산재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맞춤형 답변을 제공한다.
매주 수요일을 신고·상담의 날로 지정해 노동청 소속 노무사가 통역원과 함께 고용센터에 상주하며 상담 및 신고접수를 지원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지난 8월에는 17개국 번역본 리플릿을 발송하고 ‘외국인노동자 인권침해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도 강화된다. 17개 광역자치단체가 참여한 협의회에서는 지자체별 우수사례가 공유됐다. 전라남도는 ‘찾아가는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피해자에게 긴급 생활비·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는 우수기업을 ‘행복일터’로 인증하는 사업을, 울산시는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 지역 조선업체에 배치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산업안전 강화를 위해 외국인 산업안전 강사를 양성하고, 다국어 번역자료 및 가상현실(VR)·동영상 자료 보급을 확대한다.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는 VR 체험장을 설치해 실감나는 안전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과거 단순히 일손 부족 해결책으로 여겨졌던 외국인노동자를 이제는 지역사회 구성원이자 경제 성장의 동반자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외국인노동자가 단순히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수준을 넘어, 지역사회에 함께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장기적으로 숙련 인력 양성과 공정한 노동환경 조성을 병행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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