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재우기·목욕·기저귀 갈기 등 참여율 두 배 가까이 증가
장시간 노동·가정형태 따라 양육 격차…제도적 지원 과제
최근 5년 사이 아버지의 영유아 돌봄 참여가 뚜렷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기저귀 갈기, 목욕, 잠 재우기 같은 일상 돌봄에서 아버지의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늘면서 육아 방식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영유아 양육·돌봄, 발달 현황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0~5세 자녀의 주양육자가 아버지라고 응답한 비율은 6.0%로, 2018년 조사보다 1.9%p 늘었다.
세부 항목을 보면 ‘잠 재우기’ 참여율은 11.2%에서 24.5%로, ‘목욕시키기’는 8.4%에서 17.5%로, ‘기저귀 갈기’는 13.9%에서 26.5%로 각각 상승했다. 단순 보조 수준을 넘어 아버지가 주도적으로 돌봄에 참여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육자의 스트레스 지수도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평균 24.9점으로 2018년 27.6점보다 하락해 양육 부담이 줄어드는 추세다. 맞벌이·외벌이 여부, 대도시·농어촌 구분을 막론하고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흐름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변화가 모든 가정에 고르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조사 결과 저소득층과 한부모·조손가정은 여전히 양육 부담이 높았다.
저소득층 아버지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휴직을 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돌봄 참여가 제한됐다.
한부모 가정이나 조부모가 손주를 키우는 가정은 아버지의 참여 증가와 무관하게 돌봄 공백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아이들이 경험하는 양육 환경이 크게 달라지는 양상이 드러났다.
보고서는 아버지의 참여가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제약 속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는 확대됐지만 실제 사용률은 여전히 낮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는 사실상 선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유연근무제 역시 대기업·공공기관 중심으로만 정착돼 있어 직장 규모에 따라 격차가 크다.
향후 과제로는 남성 육아휴직 확대와 사용 장려, 유연근무 제도 보편화, 저소득층·한부모·조손가구 맞춤형 지원 확대, 공공 돌봄 인프라 강화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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