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이 없으면 자주국방이 아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9.25 07:30  수정 2025.09.25 07:30

레이저 광선으로 드론과 로켓을 파괴하는 아이언 빔

이스라엘이 절박함에서 세계 최초 개발

북·중·러 연대에 맞서려면 자주국방과 주한미군은 상극이 아니라 상호 보완 개념

절박함 없이 단순한 첨단 무기나 기술만으론 진정한 자주국방이 불가능

이스라엘이 새로 개발한 레이저 무기인 ‘아이언 빔’의 모습.ⓒ 라파엘

마치 스타워즈 영화처럼 레이저 광선을 하늘로 쏘아 적(敵)의 미사일·드론·로켓·박격포를 죄다 파괴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스라엘은 이런 성능을 갖춘 ‘아이언 빔(Iron Beam)’에 대한 최종 테스트를 9월 17일 마치고 연내에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물론 세계 최초다. ‘아이언 빔’은 지상에서 10km까지 고출력 레이저(100kW)로 목표물을 정확히 요격한다. 세계 최초의 고출력 레이저 지대공(地對空) 방공무기인 셈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다층 방공망인 △애로우 △다비드 슬링(다윗의 돌팔매) △‘아이언 돔’ 등을 운용해 왔는데, 앞으로 ‘아이언 빔’이 획기적인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언 돔’만 해도 요격을 위해 초속 749m의 타미르 미사일을 한 발 쏘는데 4만~5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자그마한 드론이나 로켓포 몇 발만 날아와도 수억 원을 퍼부어야 했다. 하지만 ‘아이언 빔’은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km를 자랑하면서도 한 번 가동하기 위해 불을 껐다 켰다 하는 비용만 들어간다. 대략 3달러 수준이다. 전기만 공급되면 450mm의 대구경(大口徑) 조준장치를 통해 무제한으로 발사할 수 있다.


현재 다른 나라들도 레이저 빔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9월 3일 전승절 열병식에서 레이저 무기로 보이는 ‘LY-1’를 공개했다. 미국은 이달 초 차세대 레이저 무기 개발 계획인 ‘송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한국도 ‘천광’이란 이름으로 레이저 대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레이저 무기는 악천후에서는 성능이 크게 떨어지고 대용량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과도한 보복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국방에 대해서는 단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를 욕하는 외국인들아. 당신 나라의 동쪽 국가에서는 탄도미사일을, 북쪽에서는 장사정포(長射程砲)를, 서쪽에서는 로켓포를, 그리고 남쪽에서는 드론 폭탄을 수시로 쏘아 댄다고 생각해보라. 그때에도 허허 웃으며 평화를 말하고 점잖은 소리만 할 것인가.”


멀리는 이란과 예멘 후티 반군, 가까이는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쉴 새 없는 공격에 시달린 이스라엘 입장에서 ‘아이언 빔’을 먼저 개발하는 일은 절박함 그 자체였다. 이스라엘 무기업체인 라파엘의 연구진들은 이란과 하마스 등의 벌떼 드론 공격을 목격한 뒤,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사실 레이저 무기는 1960년대부터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개발을 시도했는데, 라파엘 과학자들은 미국과 소련의 실패 사례를 긁어모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침공이 없었다면 개발은 더 늦어졌을 것이라고 한다.


자주국방을 오해하면 안 된다. 진정한 자주국방이란 그저 AI(인공지능) 전투로봇 같은 첨단 무기와 기술만 잔뜩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우리는 핵무기도 없다. 강대국이든 뭐든 국방에 도움이 된다면 최대한 이용한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일각의 굴종적 사고”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대통령의 의도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이 많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향한다는 모 신문조차 ‘李 대통령의 자주국방과 동맹 인식 안이하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35세인 김용태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은 ‘주한미군이 없어도 자주국방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면서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깊이 고민하는 대통령이라면 ‘대한민국의 자주 국방력은 한미동맹으로 더욱 강화된다’라고 발언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진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살얼음판 국제정세에서 굳이 외국군대가 나가야 자주국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나이브(naive)한 사고가 진짜 문제라고 주장한다. 북한만 해도 최근 러시아와 중국을 든든한 뒷배로 삼는 모습이 역력하다.


전인범 전(前) 특전사령관은 “중국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이 참석한 것은 북한이 더 이상 고립된 것이 아니라 중국·러시아와 함께 움직이는 축의 일부라는 상징적 확인이었다”라면서 “한국에는 확실한 교훈이 있는데, 이제 북한의 도발은 단독행위가 아니라 보다 큰 전략적 설계 속에 연결되어 있으며, 북한의 핵무기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가세한 연합이 확장억제를 위협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북·중·러가 대동단결하는 이런 상황에서 ‘자주국방’과 ‘주한미군’은 상극의 용어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개념으로 보는 게 맞다. 세계사를 돌아보면 초강대국이라도 군사적으로는 늘 전략적 동맹을 두고 있었으니, 그렇지 못한 약소국가야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러니 진짜로 중요한 자주국방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생존을 향한 ‘절박함’에 있다. 이스라엘이 온갖 비난을 들으면서도 ‘아이언 빔’을 비롯한 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이유는 바로 2000년간 나라 없이 전 세계를 유랑하고 다녔던 선조들의 DNA가 깨우침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적’이 누구인지에 대한 개념이 없고 적개심조차 실종된 상태라면 자주국방이란 단어를 끄집어내기가 부끄러워진다. 북한은 우리를 적으로 보는데, 우리는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그저 사이가 좋아질 것이라는 자기충족적(Self-fulfilling) 커뮤니케이션만 한다면 그것은 절대 자주국방이 아니다. 물론 북한과 대화는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안보에 대해 절박함을 갖춘 엄중한 표정이 아니라, 그저 온정과 미소로만 다가오려는 남한 당국자들은 북한이 먼저 우습게 안다.


자주국방은 또한 실전이 중요하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예상 전력이 우월하다고 하여 반드시 이긴다는 법은 없다. 실제로 맞붙어 봐야 안다. 전쟁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최첨단 무기로 전쟁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전쟁 막바지에는 전투 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병력 숫자가 올해 50만명 이하로 줄어들었고 2040년에는 35만명까지 내려가 북한(128만명)과 현저히 대비된다. 거기에다 핵무기조차 없다. 무슨 근거로 북한의 군사력을 우습게 본단 말인가. 요즘 군대에선 엄마들이 부대 회식 사진을 보고 “삼겹살에 왜 이렇게 비계가 많나”라고 항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극히 일부 사례이겠지만, 그런 상황에 실전 수준의 고강도 전력을 기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전 세계는 2차 대전이 끝난 뒤 거대한 전쟁을 80년째 경험하지 않고 있다. 월남전, 중동전, 우크라이나전 같은 국지전은 종종 벌어졌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인류 전체가 이렇게 오랫동안 큰 전쟁을 모르고 살아온 적은 흔치 않았다. 이는 언젠가 닥칠지 모르는 전쟁의 시간을 대비하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있다. 자주국방의 기준은 거기에 달려 있다. “그들이 평안하다, 안전하다 할 그때 임신한 여자에게 해산의 고통이 이름과 같이 멸망이 갑자기 그들에게 이르리니 결코 피하지 못 하리라”라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의 경고를 국민이나 위정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