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개막한 ‘2025 웰컴대학로’가 K-콘텐츠의 전 세계적 흥행에 힘입어 K-공연관광의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관광대국 도약 의지와 맞물려, 이번 축제가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실제 공연 관람으로 연결하고 공연관광의 폭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 등 K-콘텐츠의 인기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K-콘텐츠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행태가 즉석사진관, 코인노래방, 박물관 방문 등 라이프스타일 체험 중심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K-공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웰컴대학로’는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야외 공연을 개최한 것은 시의적절한 시도였다는 평가다. K-콘텐츠 팬들의 박물관 방문이 잦아진 상황에서, 이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공연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2030년까지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관광혁신 3대 전략’을 발표하는 등 공연관광을 포함한 K-컬처 관광 활성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K-콘텐츠의 인기가 정점에 달하고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는 지금이 K-공연관광의 양적, 질적 성장을 도모할 최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공연관광은 소수의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대극장 뮤지컬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사실상 대학로 소극장 생태계로 외국인 관객을 유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웰컴대학로’는 이 간극을 메우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올해 축제에서는 연극, 뮤지컬, 넌버벌 퍼포먼스 등 47개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웰컴씨어터’를 통해 관객의 선택 폭을 넓혔다.
특히 언어 장벽 해소를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인공지능(AI) 기반 자막 안경인 ‘스마트 글래스’를 도입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국어 자막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 관객의 공연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한국 공연이 언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최대 80%에 달하는 티켓 할인 정책은 외국인 관객 유치의 문턱을 낮추는 실질적인 유인책으로 작용한다.
‘웰컴대학로’는 단순한 공연 축제를 넘어 산업적 생태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공연관광 마켓’에는 국내외 여행업계, 공연제작사, 지역관광전담기구 관계자 170여 명이 참가해 공연을 관광 상품으로 만드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K-공연을 일회성 관람이 아닌, 꾸준히 찾을 수 있는 관광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다만,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 인프라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정부가 수도권 외 지역에 ‘제2, 제3의 관광권’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웰컴대학로’가 서울을 넘어 부산 등 지역으로 무대를 넓힌 것은 긍정적이지만, K-공연관광의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인프라 투자와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한 공연관계자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한국 방문으로 이어지는 현시점에서 ‘웰컴대학로’는 외국인 관객에게 직접 무대를 선보일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이라며 “언어 지원 확대와 같은 기술적 노력과 함께 여행 상품과의 연계를 강화해 대학로가 K-공연관광의 상징적인 목적지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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