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상담 전화 ‘1342’…국가가 만든 연결선 [감시와 회복 사이①]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5.09.30 07:00  수정 2025.09.30 07:00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최근 몇 년 사이 마약 적발 건수와 중독 상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일탈로 치부하기 어려울 만큼 문제는 일상으로 스며들고 재발과 고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중독자가 스스로 회복의 길을 찾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창구, 가족과 지인까지 의지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없다면 단약은 쉽지 않고 사회 복귀는 더디다.


이런 배경 속에서 국가가 내놓은 해법이 마약 상담 전화 ‘1342’다. 기억하기 쉬운 번호로 문턱을 낮추고, 24시간 비밀이 보장된 상담을 통해 치료와 재활로 이어지게 하는 첫 관문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함께 기존 상담전화를 보다 기억하기 쉬운 특수번호 ‘1342’로 전환했다.


이 번호는 국번 없이 연결할 수 있다. 24시간 언제든 익명성과 비밀이 보장된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은 단순 안내 수준을 넘어 치료기관 연계, 심리상담, 재활 지원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중독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친지, 지인 등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1342’라는 숫자에는 상징성이 담겨 있다. ‘당신의 일상(13), 24시간 사이(42) 모든 순간 함께한다’는 뜻이다. 이는 마약 문제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주저하지 않고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개통 첫해인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총 4502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불과 9개월 만에 나온 수치다. 올해 들어서는 반년 동안 이미 4373건의 상담이 이어졌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상담 수요와 사회적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담 서비스의 범위도 넓다. 마약류 오남용 예방 상담, 금단 증상 대응을 포함한 중독 재활 상담, 전국 치료보호기관 안내 등 실질적인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상담 결과에 따라 병원이나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 의료기관과 연계되는 경우도 많다. 이용자는 익명성이 보장된 채 필요한 정보를 얻고 회복의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다.


전화 한 통이 지역 사회와도 연결된다. ‘1342’는 전국 17개 ‘함께한걸음센터’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 초기 상담을 통해 위험군이 확인되면, 가까운 센터로 연계돼 심리검사, 중독 상담, 집단 프로그램 등 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상담과 센터 프로그램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회복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제도적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마약류관리법’ 제51조의2, 제51조의6에 근거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예방과 사회재활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한다.


전담조직인 마약안전기획관 산하에는 ‘마약예방재활팀’이 설치돼 중독자 상담과 사회복귀 지원을 맡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예방 교육, 홍보 활동, 전문인력 양성까지 포괄하는 다층적 구조를 운영 중이다.


재활은 단순히 상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직업 재활 프로그램과 연계해 일상 회복을 돕는 지원책도 마련됐다. 직업 탐색과 훈련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확보하는 과정까지 포괄한다. 상담에서 시작된 지원이 삶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 문제는 특정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과제”라며 “누구든 용기를 내어 전화기를 들면 회복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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