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주소, 주식처럼 쪼개 산다…D3가 여는 '도메인 금융'[인터뷰]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입력 2025.10.06 10:00  수정 2025.10.06 10:00

30년 경력 도메인 전문가들, 블록체인으로 '90년대 시장' 혁신

"수백만 달러 도메인, 지분 투자로 누구나 소유…대출 담보까지"

마이클 호 D3 공동 창립자 겸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가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황지현 기자

'Chat.com', 'Soccer.com'처럼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인터넷 도메인은 그동안 거대 기업이나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마치 주식을 사듯 일반인도 단돈 몇만원으로 이런 ‘인터넷 부동산’의 지분을 소유하고, 이를 담보로 대출까지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마이클 호 D3 공동 창립자 겸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3500억 달러(약 491조원) 규모의 도메인 시장을 금융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에서 데일리안과 만난 호 CBO는 "도메인은 인터넷의 부동산"이라며 "우리는 30년 넘게 300개 이상의 도메인 확장자를 만들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도메인을 누구나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유동적인 금융자산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D3 창업자들이 블록체인에서 기회를 본 이유는 현재 도메인 시장이 '19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호 CBO는 "도메인 시장은 성숙했지만 거래 과정은 여전히 수동 작업이 많고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걸린다"며 "특히 중개인에게 거래마다 20~3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구조를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로 해결하고 싶었다"고 설립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D3가 제시하는 해법의 핵심은 '토큰화'다. 도메인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 결제 시간을 수 초 단위로 단축하고 중개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춘다. 그는 "D3의 블록체인 기술인 도마 프로토콜을 통해 3억6000만개에 달하는 인터넷 도메인을 유동적이고 프로그래밍 가능한 금융자산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도메인이 금융자산이 된다는 개념은 생소하지만, 호 CBO는 '인터넷 부동산'에 비유해 쉽게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는 도메인을 통째로 사고파는 것밖에 못한다. 예를 들어 수백만 달러 가치의 'Soccer.com'은 대부분의 사람이 살 수 없다"며 "하지만 이를 블록체인에서 토큰화하고 분할 소유가 가능하게 만들면 한국의 축구 팬들이 해당 도메인의 작은 지분을 살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도메인 지분을 소유한 사용자는 다양한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는 "지분 보유자는 검색이나 광고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배분받을 권리를 가질 수 있고,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며 "수백만 달러를 내지 않고도 '한 지분'만으로 참여해 소유권과 사용권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종이 계약과 개별 심사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훨씬 유동적인 대출·차입 시장을 창출한다.


이러한 비전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오픈AI가 'Chat.com' 도메인을 인수한 사례처럼, 기업과 개인들은 도메인을 인터넷의 핵심 부동산으로 인식한다. 호 CBO는 "우리 투자자 중 한 명이 몇 년 전 샘 올트먼에게 Chat.com을 매각했고 이런 프리미엄 도메인의 자산 가치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현재 3억6000만개인 도메인이 향후 10억~20억개로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D3는 솔라나(Solana), 아발란체(Avalanche) 같은 대형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협력해 '.SOL', '.AVAX' 등 신규 도메인 확장자를 준비 중이다. 또한 토큰화된 도메인의 데이터 접근과 활용을 위해 모듈형 데이터 가용성 블록체인 '셀레스티아(Celestia)'를 인프라 파트너로 선택했다.


호 CBO는 "셀레스티아는 확장 가능한 모듈형 데이터 가용성을 제공해 우리에게 최적의 파트너"라며 "도메인은 거래량은 많지만 메타데이터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셀레스티아 구조에 적합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규정 준수와 업계 표준 브리징 등 도메인을 온체인 자산군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고 도마 블록체인에서 토큰화된 자산의 데이터 접근과 활용을 셀레스티아가 안정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은 인터넷, 미디어, 게임, 특히 가상자산 분야에서 항상 혁신의 최전선에 있었고 젊은 이용자층도 중요한 시장"이라며 "도메인이 토큰화에 적합한 실물 자산임을 알리고 도메인 파이(Domain-Fi)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인식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소유 개념은 아시아 커뮤니티에 특히 잘 와닿는다"며 "도메인은 특정 정부나 산업이 통제하지 않는 글로벌 자산군이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누구나 인터넷의 일부를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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