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드림즈' 개발사 리자드 스무디 인터뷰
7년 전 게임서 인연 맺은 MOBA 마니아들 데뷔작
MOBA 전투 요소 로그라이트 접목해 차별화 성공
"퍼블리셔 네오위즈, 객관적 피드백으로 완성도 ↑"
"게임사에 취직하려고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개발하면서 목표가 바뀌었어요. 그럼에도 이 정도 유의미한 성과는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슈퍼자이언트 게임즈'가 되고 싶다는 목표는 계속 말했었지만, 가능성조차 확신하지 못했는데 이젠 1%의 가능성은 생긴 것 같아요.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국내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제작, '셰이프 오브 드림즈'. 출시 2주 만에 글로벌 PC 플랫폼 스팀에서 50만장이 팔렸고, 동시 접속자 수는 4만5000명을 넘기는 기록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디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대형 게임사 수준의 성과를 거둔 개발사 리자드 스무디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지난달 30일 네오위즈 판교 사옥에서 데일리안과 만난 심은섭 리자드 스무디 대표는 "슈퍼자이언트 게임즈도 처음부터 대작 '하데스'를 만든 건 아니지 않냐"며 "셰이프 오브 드림즈를 시작으로 여러 성공을 발판 삼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리자드 스무디는 심 대표와 강기표 디렉터, 그리고 아트를 담당하는 2명까지 총 4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개발사다. 이들의 여정은 7년 전, 게임을 통해 인연을 맺은 심 대표와 강 디렉터의 "재미있는 게임을 직접 만들어볼까?"라는 단순한 구상에서 시작됐다.
심 대표는 한때 MOBA(다중사용자 온라인 전투 아레나) 게임 '히어로즈 오브 스톰'의 열렬한 팬이었다. 하지만 업데이트가 중단되자 큰 허탈감을 느꼈고, MOBA 장르 대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도전했으나 높은 진입 장벽과 PvP(이용자 간 전투) 특유의 스트레스가 크게 다가왔다. 대신 그는 MOBA의 조작 재미를 로그라이트 장르와 결합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강 디렉터 역시 이에 공감했다. 그렇게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첫 발을 내딛었다.
이용자 피드백 반영하자 180도 바뀐 평가…흥행 포석 쌓았다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MOBA 스타일의 전투를 결합한 로그라이트 액션 게임이다. 이용자는 8종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해 싱글플레이 또는 최대 4인 협동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150종이 넘는 스킬 격의 '기억'과 '정수' 아이템을 조합해 매번 새로운 빌드를 만들어가며 깊이 있는 로그라이트 액션을 경험할 수 있다.
심 대표는 "MOBA에서 느낄 수 있는 성장감과 로그라이트의 특성이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로그라이트는 운적인 요소로 아이템을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엄청 강해져 있지 않냐"면서 "MOBA의 컨트롤 방식과 전투 시스템을 로그라이트라는 맛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물론 처음부터 게임의 완성도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23년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에서 첫 빌드를 공개했을 당시 대다수는 따끔한 피드백이었다. 특히 기본 조작법에 대한 불호가 많았다.
강 디렉터는 "처음엔 MOBA 게임의 전형적인 컨트롤 방식을 차용해 마우스 이동만 지원했는데, 로그라이트 게임인데 왜 'WASD' 키를 지원하지 않냐는 의견이 많았다"며 "결국 WASD 조작 방식을 도입했고, 이를 선택하는 이용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맵 구성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선형으로 이어지는 성장 맵이 지루하다는 피드백이 이어지자, 팀은 3개월 동안 맵 구조를 전면 수정했다.
심 대표는 "전통적인 로그라이크처럼 던전을 크롤링하는 방식과, 랜덤으로 배치되는 메가 맵 탐험 방식을 모두 구현하려고 3개월 내내 이 작업에 매달렸다"며 "당시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여유조차 없어, 이렇게 개발했는데 실패하면 어쩌지 싶은 불안이 컸다.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리자드 스무디는 이용자들을 셰이프 오브 드림즈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차별점으로 '기억편집 시스템'을 꼽았다. 이 게임에서 스킬은 '기억'이라 불리며, 이용자는 이를 자유롭게 선택·조합할 수 있다. 캐릭터마다 기본적으로 정해진 기억이 있지만, 이를 버리고 다른 속성의 기억을 택해 성장시켜도 무방하다.
강 디렉터는 "스킬과 정수(보석)를 자유롭게 조립해 나만의 플레이 스타일,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다"며 "셰이프 오브 드림즈 수준의 자유도는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차별화는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고르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심 대표는 "데모 초창기에는 이용자의 80%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중국 성과는 예상했지만, 정식 출시 후 미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MOBA 장르가 약세인 일본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퍼블리셔 네오위즈, A부터 Z까지 꼼꼼하게…개발사는 제작에 전념
퍼블리셔인 네오위즈와의 캐미도 셰이프 오브 드림즈의 성공에 한 몫 했다. 심 대표와 강 디렉터 모두 네오위즈에 대해 묻자,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셨다. 차기작도 맡기고 싶을 정도"라고 즉답했다.
리자드 스무디가 네오위즈와 처음 접촉한 시점은 2023년 말이었다. 완성도는 출시 빌드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핵심 게임성이 갖춰졌다고 판단해 여러 퍼블리셔에 콜드 메일을 돌렸다고. 특히 한국 게임사 중 스팀에서 존재감을 가진 네오위즈와 손잡고 싶었다는 것이 이들 설명이다.
심 대표는 "네오위즈 퍼블리싱 담당자분이 첫 미팅에서 셰이프 오브 드림즈의 핵심 키워드가 무엇인지 물으셨다. 제가 열 문장 넘게 설명하자, 개성과 내러티브, 플레이 유인 등이 부족하다고 직언하셨다"며 "그때부터 저희 게임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네오위즈의 특징은 '마음에 안 드니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꾸준히 컨택하며 고도화를 도와주셨다"며 "개발 과정에서 객관적인 외부 시각이 중요한데,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강 디렉터 역시 "이름부터 인디 개발사 아니냐. 사실상 아기 수준의 팀이라 개발 외 영역은 모르는 게 많다"며 "개발은 출시를 위한 20가지 중 하나일 뿐이고, 나머지 19개는 퍼블리셔가 서포트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오위즈는 저희가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리자드 스무디는 당장은 인력 부족으로 셰이프 오브 드림즈에만 전념하고 있지만, 추후 IP(지식재산권)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는 목표를 밝혔다.
심 대표는 "기획해둔 건 많지만 지금은 셰이프 오브 드림즈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용자들에게 고봉밥 같은 콘텐츠를 선물하고 싶다"며 "추후에는 이 IP를 활용해 멀티 기반 생존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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