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3단계 기술 개발’ 속도...한화오션 ‘방위산업’ 연결
정부 ‘K-자율운항선박 얼라이언스’ 출범…실증 사업 착수
전문가 “법·제도 정비 시급…마스 코드 대응 선제적 준비”
국내 조선사들이 차세대 기술 경쟁의 최전선에서 자율운항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이 독자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정부도 제도 정비와 지원을 통해 ‘K-조선’의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반 항해 기술이 미래 해운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조선 3사가 상용화와 실증, 수주 연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HD현대는 선박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를 통해 자율운항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 2022년 6월 대형 상선의 대양 횡단 자율운항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뒤 이를 기반으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을 상용화했다. 올해는 한 단계 진화한 3단계 기술 개발에 착수했고 상선 25척에 하이나스 컨트롤을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선박 자율운항 기술은 1단계(선박 내 일부 기능 자동화), 2단계(일부 원격제어), 3단계(완전 무인원격제어), 4단계(AI가 모든 판단 및 결정) 등 네 단계로 분류된다. 회사는 2027년부터 4단계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삼성중공업도 2019년 독자 개발한 AI 자율운항시스템(SAS)을 적용한 컨테이너선으로 태평양 횡단 실증을 마쳤다. 지난 8월 말 미국 오클랜드에서 대만 가오슝까지 항해하며 상황 인지, 충돌 회피 자동 제어 기능 등을 검증했다. 약 1만㎞ 항해 동안 선원 개입 없이 3시간마다 기상을 분석해 최적 가이드 104회, 선박 자동 제어 224회를 수행하며 장거리 신뢰성이 입증됐다.
한화오션은 자율운항 시스템 ‘HS4’를 대형 상선에 적용해 실증을 진행 중이다. HS4는 항해 중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AI 알고리즘을 통해 운항 전략을 스스로 결정한다. 한화오션은 이를 토대로 방산 분야 확장을 꾀하고 있다. 군용 무인 수상정과 정찰용 무인 잠수정, 기뢰전 장비 등 국방 무인체계와 연계해 자율운항 기술을 접목하는 전략이다.
정부 역시 민관 협력을 통해 2030년 선원 탑승이 필요없는 수준의 자율항해 기술 개발을 목표로 ‘K-자율운항선박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올해 4분기 조선·해운사와 AI 기업,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연안선박 실증 사업에 착수해 공공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자율운항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법·제도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용화 속도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도입 준비 중인 자율운항선박 국제 규정 ‘마스 코드’(MASS Code)에 대비해 선박안전법·해상교통안전법 등 국내 법제를 선제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원격운항 선박의 정의와 법적 지위 확립, 미래 선박운항 프로세스의 변화, 원격운항을 위한 선박 기술·안전관리 등 세 가지 제도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박혜리 KMI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새롭게 등장하는 시설·장비·인력 등에 대한 개념 정립이 선행될 필요가 있고, 원격운항 선박 운용관리를 위한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디지털화되는 선박의 특성상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관련 기준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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