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가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 속, 가능성을 부지런히 확대 중이지만 동시에 더 많은 시청자를 아울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색다른 소재, 재치 있는 마케팅으로 화제성을 유발하는 것 또한 중요해진 요즘, 그 선을 지키는 것이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북극성’은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문주의 대사가 문제가 됐다. 유엔대사로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문주가 대통령 후보 피격 사건의 배후를 쫓는 가운데, 그를 지켜야만 하는 국적불명의 특수요원 산호(강동원 분)와 함께 한반도를 위협하는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전쟁 위기에 몰린 한반도를 그리는 과정에서 “중국은 왜 전쟁을 선호할까요. 핵폭탄이 접경지대에 떨어질 수도 있는데”라고 말한 것이 중국 시청자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이에 정서경 작가, 김희원 감독은 종영을 맞아 진행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허구의 이야기로 봐 달라”라며 섬세하지 못했던 부분을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디즈니플러스가 중국에 정식 서비스되지 않는 점을 들어 ‘억지 논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으나, 전지현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글로벌 시청자들의 감성까지 고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걸 깨닫게 했다.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다 이루어질지니’를 향해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극 중 지니의 이름이 ‘이블리스’로 표현된 것을 두고, 이블리스는 이슬람교의 경전에 등장하는 악마로 인간을 유혹해 타락시키는 역할을 해 사탄과 동일시되지만, 이슬람 전승에서는 불로 창조된 진의 일원으로 묘사되기도 한다는 것. 이에 지니를 사탄처럼 묘사한 것은 이슬람 문화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우빈은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를 보시면 오해가 풀리실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이 외에도 현재 방송 중인 MBC 드라마 ‘달까지 가자’의 경우, 티저 영상이 문제가 됐는데, 주인공들이 인도의 종교적 상징인 빈디를 이마에 찍고 아랍풍 의상을 입은 채 코믹한 춤을 추는 모습이 중동 문화권을 희화화했다고 여겨졌다. 드라마의 설정도, 전개 과정에서 등장한 대사 및 표현도 아니었지만, 결국 MBC는 “유명 아이스크림 CM송을 패러디한 영상이었다”고 해명하며 해당 영상을 삭제해야 했다.
최근 작품들에서만 연이어 유사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각에선 시청층이 확대된 만큼 감수성을 더욱 섬세하게 키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극성’의 정 작가, 김 감독 또한 “모든 나라 및 지명 등을 가상으로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면 리얼리티가 너무 떨어져 어쩔 수 없었다”라고 해명을 하면서도, 이 작품은 ‘가상의’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콘텐츠의 영향력의 확산 흐름에 따라, 전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전후 맥락을 파악해 진짜 의도를 구별하기 위한 시청자들의 기다림도 뒷받침되는 것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달까지 가자’처럼, 재치 있는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이끌고, ‘다 이루어질지니’처럼 B급 감성을 표방하는 코믹한 전개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요즘, 그 선을 지키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온라인상에서 통용되는 ‘밈’을 통해 젊은 층을 겨냥하는 센스와 적절한 선을 지키는 감수성이 ‘모두’ 필요한, ‘어려운’ 줄을 타는 K-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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