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이 입증하는 ‘K-스토리’의 힘 [출판사 인사이드⑧]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0.03 15:52  수정 2025.10.03 15:52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소설 '칵테일, 러브 좀비' 표지·단막극으로 제작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포스터

◆ 책 넘어 영상, 웹툰으로…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안전가옥


출판사 안전가옥은 ‘책보다는 ‘이야기’를 선보인다’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이는 안전가옥이 출간하는 책의 책날개에도 쓰인 말로, ‘모든 이야기의 안식처’를 표방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홍익 대표는 “안전가옥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책보다는 이야기(스토리)이고 그중에서도 ‘재미’와 ‘의미’를 담은 이야기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2019년 안전가옥의 첫 장편소설로 출간된 조예은 작가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비롯해 2020년 출간된 단편집 ‘칵테일, 러브, 좀비’, 2021년 작품인 천선란 작가의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등을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킨 안전가옥은 미스터리, 호러를 비롯한 장르문학에 특화된 출판사로도 알려졌다. 안전가옥에서 출간 중인 단편 시리즈는 독자들 사이에서 ‘짧지만 임팩트 있는’ 시리즈로 꼽히며 ‘독서 초보에게 좋은 책’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김 대표는 흥미를 전달하는 것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동시에 오래 여운 남는 이야기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재미란 읽는 사람이 이야기의 여정을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그리고 장르적 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힘일 것이고, 의미란 읽은 이후에 그 사람의 마음에 동시대에 대해 생각할 점을 남겨놓는 무엇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형적 혹은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순간 히트할 수 있는 이야기보다는 오래 기억되고 회자될 수 있는 이야기를 추구하고, 가능하면 한국을 넘어 글로벌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이야기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책이 아닌, ‘이야기’를 선보인다고 언급한 것처럼 신간을 출간하는데 그치지 않고 드라마 또는 영화로 확장하는 시도도 활발하게 이어나간다. 앞서 언급한 ‘칵테일, 러브, 좀비’ 속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지난해 KBS에서 드라마 단막극으로 제작됐으며, ‘뉴서울파크 젤리장수’에 대해선 “안전가옥이 직접 파트너사와 함께 미국 시장을 목표로 영화화 각색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소설 '테디베어는 죽지않아' 표지·웹툰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표지

2023년 출간된 장편소설 ‘테디베어는 죽지않아’는 귀엽지만 잔혹한, 오컬트 스릴러로, 웹툰 제작사 투유드림과의 협업을 통해 웹툰으로 제작이 되고 있다. 올해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매주 화요일 웹툰 독자들을 만난다.


◆ 안전가옥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디테일한’ 노력


출판사를 넘어, 콘텐츠 프로덕션의 역할을 부각하기 위해 작업 과정부터 ‘다르게’ 해 나간다. 김 대표는 “안전가옥의 모든 장편소설은 ‘트리트먼트’라고 하는 문서를 중간에 만든다. 주요 사건과 그 사건 속에서 주요 인물들의 행보를 상세히 정리해 놓은 일종의 소설 설계도라 할 수 있는데, 그 문서가 나오면서부터 안전가옥은 외부의 파트너들과 협업 가능성을 타진한다”고 설명했다.


2019년 안전가옥의 ‘하우스 호러’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전건우 작가의 ‘뒤틀린 집’을 예로 들며 “이 소설이 출간되기 전 kt그룹의 스토리위즈와 영상화 프로젝트를 논의했고, 개발 중이던 이 작품을 저희가 이야기했다. 그리고 역량 있는 제작사 테이크원 스튜디오가 함께하게 돼 소설과 영화가 동시에 개발이 됐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석 초청작으로 초청됐으며, 같은 해 출간과 극장 개봉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가옥은 단순히 원작 판권을 거래한 출판사가 아닌, 이 작품의 각색 과정과 영상화의 투자에도 참여한 기획사로 작품의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지난해 출간이 된 이아람 작가의 ‘옐로우 레이디’도 소설 개발 단계에서 방송사, 제작하와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안전가옥이 직접 각색 작업에 참여했었다. 이 작가는 소설의 담당 프로듀서와 함께 드라마 각색 작업에 참여하는 등 역할에 대한 구분, 한계를 두지 않고 ‘이야기’를 더 잘 뻗어 나가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팬덤이 더욱 중요해진 출판 시장의 변화에도 발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 대표는 “미디어의 변화로 인해 창작자나 출판사가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것이 용이해졌다. 독자들 역시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발견하고 팔로우하는 것이 쉬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보다는 소위 ‘뾰족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누구나 좋아하기보다는 개성이 뚜렷한, 콘셉트가 확실하고 ‘읽고 나서 말할 거리’가 많은 이야기들이 탄생 중이다”고 현재의 흐름을 짚으며 “동시에 ‘콘텐츠’라고 분류되는 대상의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독자들이 메시지뿐 아니라 메신저도 콘텐츠로 바라보고 소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안전가옥 책은 물론 안전가옥을 궁금해하기도 하고, 안전가옥의 생각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도서전을 통해 ‘재밌는’ 경험을 선사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SF를 통해 독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추석 연휴 이후 출간되는 이경희 작가의 ‘테세우스 패러독스’는 정통 사이버펑크 SF로, 사망한 뒤 기계 신체로 되살아난 대기업 총수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복제인간과, 자신의 기억이 업로드된 서버 속의 데이터와 싸우는 내용을 담았다. 김 대표는 “2019년 다른 출판사에서 ‘테세우스의 배’라는 이름으로 출간이 돼 한국 SF어워드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라고 설명을 덧붙이며 “당시에 제가 읽고 한눈에 반해버려서 출판권이 만료되길 5년 동안 기다렸다가 재출간했다. 한국의 ‘공각기동대’나 ‘블레이드 러너’가 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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