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의 영향이 미국의 소비자 물가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기업들이 재고를 활용해 흡수해왔던 관세 부담이 재고 소진과 함께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수입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기업들은 관세 부과 초기 단계에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재고를 판매하며 가격 인상을 억제해왔다. 하지만 재고가 바닥나고 새로 수입하는 물품에 고스란히 높은 관세가 적용되자, 더 이상 원가 상승 압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8월까지 최근 6개월간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오디오 기기는 14% 급등했으며, 의류는 8%, 공구 및 하드웨어 부품 가격은 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비 시장에서는 주요 기업들의 가격 인상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가구 제조업체 중 하나인 ‘애슐리 퍼니처’는 5일부로 절반이 넘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으며, 인상폭은 최소 3.5%에서 최대 12%에 이른다고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파 등 가구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자동차 부품 유통업체 ‘오토존’ 역시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것임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의 시장조사기관 ‘텔시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4월 이후 주요 소매업체들은 티셔츠, 신발과 같은 상품 29개 중 11개, 자전거, 식기세척기 등 18개 품목 중 12개의 가격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기업들이 관세 부담의 상당 부분을 흡수해왔지만, 앞으로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몫이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네이선 시츠는 앞으로 관세 부담 중 소비자 부담 비율이 약 60%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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