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왕 처리한 사사키 강단 “맞더라도 스트라이크 던지자는 생각으로”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5.10.08 08:07  수정 2025.10.08 08:11

NL 디비전시리즈 2차전 9회말 2사 1,3루 위기 등판해 세이브

'필리건'들 퍼붓는 야유 속 '타격왕' 터너에게 의도대로 광속구


사사키 로키 ⓒ AP=뉴시스

유약하다는 지적을 들었던 사사키 로키(24·LA 다저스)가 가을에는 강단까지 뽐내고 있다.


사사키는 7일(한국시각) 미국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펼쳐진 ‘2025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4-3 앞선 9회말 2사 1,3루 긴급 등판, 불펜의 불쇼를 진화하고 팀 승리를 지키며 세이브를 수확했다.


1차전(5-3 승)에서도 9회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뒷문을 지킨 사사키가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린 순간이다. 태너 스캇을 대신해 마무리 투수로 나선 포스트시즌 3경기(2.1이닝)에서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찍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커리어 첫 두 번의 세이브를 기록한 것은 사사키가 MLB 최초다.


사사키 연속 세이브를 등에 업고 다저스는 원정 1·2차전을 쓸어 담았다. 홈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예정된 3경기에서 1승만 더하면 NL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 월드시리즈 2연패 꿈을 이어간다.


2차전도 만만치 않았다. 대타 윌 스미스의 2타점 적시타와 오타니 쇼헤이 적시타 등으로 4-0 앞선 다저스는 블레이크 스넬(6이닝 1피안타 4볼넷 9삼진 무실점)과 에밋 시한(2이닝 2피안타 1자책점) 호투로 여유 있게 승리하는 듯했다.


예상대로 뒷문이 문제였다. 3점 차 리드에서 2명의 불펜을 투입했는데 2점을 내주고 2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시리즈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흐름이 꺾일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자 이날 경기 최대 위기 순간이다. 이때 로버츠 감독이 꺼낸 카드는 사사키다.


사사키는 ‘필리건’으로 불릴 정도로 악명 높은 필라델피아 홈팬들의 쏟아지는 야유를 뚫고 마운드를 향해 뛰었다. 마주한 타자는 NL 타율 1위(0.304)의 '타격왕' 트레이 터너. 매우 부담스러운 대결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사사키는


초구 스플리터(84.6마일)에 이어 포심(99.3마일)을 던져 땅볼 처리했다. 2루 땅볼을 유도하긴 했지만 2루수 에드먼의 좋지 않은 송구를 1루수 프리먼이 어렵게 글러브로 낚아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공식 기록을 체크한 뒤에야 승리를 확인한 다저스 선수들은 마운드로 뛰어나와 사사키를 격려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사사키 로키(왼쪽). ⓒ AP=뉴시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사사키는 취재진 앞에서 터너와의 대결을 떠올리면서 “맞아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넣자고 되뇌었다. 내가 스스로 무너지는 것보다 (맞더라도)내 공을 던지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잘 던지다가도 사사구 등으로 와르르 무너졌던 전규시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올릴 때 2루수의 송구가 불안했던 상황에 대해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베이스 커버 들어갔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다음부터는 잘 커버하겠다”며 웃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또 쏟아진 야유에 대해서는 “영어를 잘 못해서 못 알아들었다”고 덧붙였다.


정규시즌 강판 뒤 더그아웃에서 눈물까지 훔쳐 “유약한 선수”라는 지적까지 들었던 사사키가 이제는 강단 있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특급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정규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실망만 안겼던 사사키가 가을에 반전을 일으키며 다저스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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