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이어 EU도 철강 관세 50%로 인상…무관세 할당량 절반 삭감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0.08 07:08  수정 2025.10.08 09:28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세계적 과잉 생산, 우리 산업에 피해”


2023년 4월1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건물 앞에 EU 깃발 등 유럽 국가 국기들이 펄럭이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수입산 철강에 적용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대폭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수입산 철강에 대한 무관세 혜택도 대폭 감소할 예정이다. 물밀 듯이 밀려드는 중국산 저가 철강을 겨냥했지만,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EU가 잇따라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유럽의 철강 공장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수입산 철강의 (무관세) 할당량을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세는 2배로, 현행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고 덧붙였다.


EU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규정안을 발표했다. 규정안은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한 연간 무관세 할당량은 최대 1830만t으로 제한했다. 이후 추가적으로 수입하는 철강에는 50% 관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의 경쟁력, 경제적 안보 및 전략적 자율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세계적 과잉 생산 능력은 우리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U가 예고한 새 계획은 기존에 시행 중인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하기 위한 새 규정이다.


기존 세이프가드는 EU가 2018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1기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해 국가별로 지정된 쿼터 수준까지는 무관세로 수입하되,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EU는 내년 6월 말부로 이 세이프가드를 ‘강제 종료’해야 한다.


그러나 집행위는 유럽 철강업계를 보호하기 위해선 무역 제한 조치가 계속 필요하며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예고된 새 계획의 시행 시기는 유동적이며 별도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늦어도 세이프가드가 종료되는 내년 6월 전에는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EU의 조치가 현실화하면 국내 철강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對)EU 철강 수출액은 44억 8000만 달러(약 6조 2836억원)로, 단일국가 기준 1위 수출 시장인 미국(43억 4700만 달러)보다 더 많다.


모든 품목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과 달리 EU는 쿼터제도가 있다는 점에서 일부 차이는 있으나, 수입쿼터가 대폭 줄면 한국 기업으로선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4월에도 EU가 철강 세이프가드 물량을 일부 줄이면서 한국산 쿼터가 이미 최대 14% 줄었다.


지난 7월10일 칠레 발파라이소 항구에 중국산 철강코일들이 하역돼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철강 관세협상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관세 50%를 부과하는 가운데 미국과 EU는 무역합의 공동성명에서 저율관세할당(TRQ) 해법 도입 가능성에 합의했다.


EU는 해당 규정을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에 유럽산 철강에 대해서는 관세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U의 요구가 수용될 경우 한국산 철강의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