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시드 T1, 벼랑 끝 승부에도 "탈락은 염두에 두지 않아"
LPL 4시드 IG 기세 경계...새 버전 메타 해석이 중요
롤드컵 테마 '유산'에 대한 소신 "경기력 끌어올리면 따라오는 것"
'살아있는 전설'이 다시 한번 '도전자' T1을 이끌고 2025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무대에 선다. '페이커' 이상혁은 '유산을 쟁취하라(Earn Your Legacy)'는 이번 대회의 슬로건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쟁취'라는 결과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유산'이라는 과거의 흔적보다 현재의 만족스러운 경기력에 집중하며 또 한 번의 위대한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패배 즉시 탈락하는 냉혹한 승부 앞에서도 그는 부담감마저 성장의 기회로 여기는 베테랑의 품격을 보였다.
'페이커' 이상혁은 2025 롤드컵 출국을 앞두고 9일 서울 강남구 T1 사옥에서 데일리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당연히 도전자의 마음"이라며 "T1이 4시드로 진출했기 때문에 도전자의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작년 롤드컵에서도 4시드로 진출하며 스스로를 '도전자'로 칭했던 그는 가장 높은 곳에 올랐던 순간을 뒤로 하고 다시 한번 낮은 자세로 출발선에 섰다.
벼랑 끝 승부, 부담감마저 즐기는 '베테랑'
T1의 첫 상대는 LPL(중국 리그) 4번 시드인 IG다. 이 경기에서 패배하면 T1의 롤드컵 여정은 그대로 끝난다. 수많은 다전제와 결승 무대를 경험한 그에게도 긴장될 법한 상황. 하지만 '페이커' 이상혁은 이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패배가 곧 탈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약간의 부담도 있지만 대회를 한 번 더 치른다는 측면에서 저희에게 더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탈락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첫 상대인 IG에 대해서는 '기세'를 가장 경계했다. 그는 "4시드로 올라온 팀이다 보니 기세가 좋을 것이고, IG는 굉장히 오랜만에 롤드컵 무대에 복귀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LCK와 LPL이 가진 장점이 다르고 새로운 패치 버전에서 짧은 시간 안에 경기를 치러야 해 메타 해석이 중요할 것"이라고 핵심을 짚었다.
"유산과 커리어, 그 후에 따라오는 것"
이번 롤드컵의 테마는 '유산을 쟁취하라'이다. 롤드컵 5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그에게 '유산'이라는 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식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초연했다.
'페이커' 이상혁은 "사실 역사나 유산이라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중요한 가치는 아니다"라며 "스스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좋은 경기를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유산이나 커리어는 그 후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에게 이번 롤드컵의 목표는 우승 트로피나 또 하나의 역사 이전에,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가장 맞붙고 싶은 상대로는 LCK 1시드 '젠지'를 꼽았다. 그는 "젠지가 워낙 강한 팀이기 때문에 이번 롤드컵에서 만나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강자와의 대결을 피하지 않는 승부사의 면모를 보였다.
LCK 플레이오프 이후 짧은 휴식 기간에 대해 그는 "마음 편히 쉬면서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며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혼자 책을 보기도 하면서 잘 쉬었다"고 근황을 밝혔다. 중국 현지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묻자 "평소 훠궈를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최대한 자제하고 건강한 음식으로 잘 챙겨 먹겠다"며 웃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페이커' 이상혁은 "항상 T1을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T1 선수단은 다른 LCK 팀들과 달리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길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T1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라이엇 게임즈에서 항공권 예약을 진행했는데, 이번 롤드컵부터 팀에서 직접 예약이 가능하도록 지원 내용이 바뀌었다"며 "선수단 편의를 고려해 한 달 전 미리 팀에서 예약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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