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경영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변화
"아버지, 이제 회사를 제게 물려주실 때가 된 것 같아요."
지난달 만난 A 제조업체 대표는 아들의 이 한마디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고 했다. 30년 넘게 일군 회사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막상 세금 문제를 생각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더욱이 올해부터 가업승계 관련 세법이 또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혼란스럽다.
A 대표와 같은 고민을 하는 중소·중견기업 경영자가 적지 않다. 가업승계는 단순히 소유권을 넘기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결정이다. 특히 세금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부담으로 승계 자체가 무산되거나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가업승계 증여특례, 왜 중요한가
가업승계 증여특례는 가업 주식을 증여할 때 최대 600억 원을 한도로 10억 원을 공제한 후 10%(과세표준이 120억원 초과시 초과금액은 20%)의 저율로 증여세를 과세하는 제도다. 일반적인 증여의 경우 증여공제 5천만원, 증여세율이 최고 5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혜택이다.
예를 들어 200억 원 상당의 가업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반 증여세를 적용하면 약 92억 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가업승계 증여특례를 활용하면 약 26억 원으로 줄어든다. 66억 원이 넘는 차이다.
이런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이유는 명확하다. 중소·중견기업이 한국 경제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의 99%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의 83%를 담당한다. 이들 기업이 세대교체 과정에서 무너지지 않고 지속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2025년, 무엇이 달라졌나
올해부터 적용되는 개정사항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표이사 재직 요건이 강화됐다.
2025년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 이후 증여하는 분부터는 증여자가 전체 가업영위기간의 50% 이상, 증여일부터 소급하여 10년 중 5년 이상의 기간 동안 대표이사 재직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존에는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임원으로 재직하면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끈 최고경영자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형식적인 승계가 아닌, 진정한 경영 승계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2025년 이후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 받을 계획이 있는 회사의 경우 증여자가 대표이사 재직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
둘째, 사업무관자산 판단 기준이 합리화됐다.
임직원 사택(국민주택규모 이하 또는 기준시가 6억이하 주택), 임직원 학자금(자녀 학자금 포함), 주택자금 대여금(기준시가 6억원 이하 주택 전세자금 포함)은 사업무관자산에서 제외되었고, 과다보유 현금 기준이 직전 5년 평균의 150% 초과분에서 200% 초과분으로 개정되었다.
이는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한 사택이나 학자금 및 주택자금 대여가 사업무관자산으로 분류돼 억울한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개정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복리후생 정책이 더욱 인정받게 됐다. 또한 현금 보유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경영 환경 변화나 투자 기회 등에 대비하여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놓치기 쉬운 핵심 체크포인트
가업승계 증여특례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체크포인트를 정리했다.
가업 영위기간 - 증여 전 최소 10년 이상 가업을 계속 영위해야 한다. 영위기간에 따라 공제한도가 달라지므로(10년 이상 300억, 20년 이상 400억, 30년 이상 600억) 증여 시기를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업종 제한 - 모든 업종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임대업, 유흥업 등 일부 업종은 제외된다. 자신의 사업이 해당 업종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사후관리 의무 - 증여 후 5년간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업종을 변경(한국표준산업분류상 대분류 내 업종 변경 허용)하거나, 증여받은 주식을 처분하거나, 가업을 휴업 또는 폐업하면 공제받은 증여세액에 이자상당액을 가산하여 추징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선순위 수증자가 있는 경우 – 증여일 전에 다른 거주자가 해당 가업의 주식 등을 증여받고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은 경우 후순위 수증자는 선순위 수증자의 증여재산가액을 과세가액에 합산하여 증여세를 계산하고 선순위 수증자의 증여세를 공제해야 한다.
상속세 계산시 정산 – 일반재산은 10년 이내 증여분만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되지만, 증여세 과세특례가 적용된 주식 등의 가액은 기간에 관계없이 증여 당시 평가액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되어 상속세로 다시 정산된다.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한 제언
가업승계는 '언제' 하느냐가 중요하다. 많은 경영자들이 은퇴 직전에야 승계를 고민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최소 10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먼저, 현재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요건을 충족하는지, 충족하지 못한다면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특히 올해부터 증여자의 대표이사 재직 요건이 강화된 만큼, 후계자의 경영 참여 시기와 역할을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
둘째, 증여와 상속을 병행하는 전략을 고려해야한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 받은 재산은 기간에 관계없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되지만, 상속 시점 평가액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되지 않고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시점 평가액이 과세가액에 산입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증가하는 재산(부동산, 주식 등)을 보유하고 있다면 사전 증여를 통해 상속세 절감효과도 누릴 수 있다.
셋째,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세법은 복잡하고 계속 변한다. 최신 개정사항을 놓치면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여 맞춤형 승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치며
가업승계는 한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이다. 세법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2025년 개정은 실질적인 경영승계를 강조하면서도, 기업의 복지 정책 및 기업경영의 유연성을 더욱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A 대표에게 필자는 이렇게 조언했다. "지금이 바로 준비를 시작할 적기입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가업승계를 고민하는 모든 경영자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이 평생 일군 기업이 자녀 세대에서도 빛나기를 바란다면, 오늘부터 준비를 시작하라. 그것이 기업과 가족, 그리고 우리 경제 모두를 위한 길이다.
※ 본 칼럼은 2025년 10월 현재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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