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와 분리된 삼성에피스홀딩스 재상장
홀딩스 기업 가치, 바이오에피스 시밀러 실적에 연동돼
시밀러 부문 강화 및 신약 플랫폼 개발로 주주가치 제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분할 및 재상장을 완료했다. 새롭게 출범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기존 시밀러 사업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다만 상장 직후 주가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독자적인 수익 모델과 미래 가치를 시장에 증명해야 하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분할 후 재상장을 통해 각각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로 사업 영역을 명확히 구분 지었다.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로 있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분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이날 삼성에피스홀딩스 주가는 시초가 61만1000원 대비 24만8000원 급락한 36만3000원(오후 2시 기준)에 머물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이 바라보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기업 가치는 철저히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에 연동돼 있다. 문제는 시장이 시밀러 사업을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장 이후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주가가 급락한 것 역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밀러 사업 가치만 제한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지휘봉을 쥔 김경아 대표가 구상하는 기업 가치 제고 전략은 ‘바이오텍 모델’ 도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그늘에서 벗어나, 시밀러와 함께 독자적인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구체적으로 에피스홀딩스는 차세대 바이오 플랫폼 기술 연구를 맡을 ‘에피스넥스랩’을 설립, 기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을 핵심 축으로 하는 사업 구조를 완성했다.
지난 11일 출범한 에피스넥스랩은 바이오텍 모델을 지향한다. 특정 질환이나 단일 약물 개발에 그치지 않고, 펩타이드(아미노산 결합체) 등 확장성이 높은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면 다양한 질환에 적용 가능한 다수의 후보물질을 효율적으로 도출할 수 있어 사업 확장성이 보다 크다는 장점이 있다.
에피스넥스랩은 이렇게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 개발이나 기술 이전(라이선스 아웃) 등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막대한 임상 비용을 직접 감당하기보다, 초기 단계에서 가치를 입증해 수익을 창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홍성원 삼성바이오에피스 개발1본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글로벌 제약사 출신의 R&D 전문가인 홍 대표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며 지주사와 자회사 간의 전략적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김경아 대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밀러 사업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25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는 이런 김 대표의 의지가 잘 반영돼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부사장 2명, 상무 4명 등 총 6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시밀러 부문 성장을 이끌 차세대 리더를 전진 배치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의사 출신으로 신약 임상 및 허가 전략을 수립해 온 신동훈 본부장과 기술 이전 및 공정 개발 전문가인 신지은 MSAT 팀장이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 향후 바이오에피스의 R&D 및 제조 역량 강화 전면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와 에피스넥스랩 설립을 김경아 대표의 미래 구상을 보여주는 첫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에피스넥스랩이 보여줄 신약 플랫폼 기술력이 향후 기업 평가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 관계자는 “향후 시밀러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약 개발 진척이라는 핵심 성장 모멘텀을 차근차근 달성해 나갈 것”이라며 “적극적인 IR 활동을 통해 시장과 소통하며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주력인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20종 이상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SB27) 이후의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그동안 임상 1상 진입 시점에만 공개하던 개발 정보를 시장 요구에 맞춰 적절한 시점에 공유하는 등 정보 공개의 투명성을 강화한다.
신약 부문에서는 인투셀, 프로티나 등 국내외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속화한다. 회사 관계자는 “에피스넥스랩은 신규 모달리티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 조기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확보된 플랫폼 기술은 회사의 중장기 성장 동력이 돼 결과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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