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원 상승에 CET1 비율 0.03%p ↓
모험자본 400조원 투입 과제 앞두고
모니터링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 나서
국내 금융지주들이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CET1 비율 등 자본 건전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각 사
환율 상승이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지면서 국내 금융지주들의 건전성 지표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 급등에 따라 외화 대출의 원화 환산 규모가 커지자 위험가중자산(RWA)이 불어났고, 이는 금융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금융지주들은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CET1 비율 등 자본 건전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으로, 은행의 핵심 건전성 지표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달러 등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자동적으로 불어난다.
RWA가 늘어 분모 값이 커지고, 분자인 자본이 그대로일 경우 CET1 비율은 하락한다.
은행권에서는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은행의 CET1 비율이 0.01~0.03%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은행은 조 단위의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수 천억원의 자본이 증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최근의 가파른 환율 상승 폭을 적용할 경우, 4대 금융지주들은 분기별로 약 0.2%p에 달하는 CET1 비율 하락 압력을 받는 것으로 계산됐다.
실제로 올 3분기 실적에서 고환율의 영향이 일부 드러났다.
신한금융지주는 2분기 13.62%였던 CET1 비율이 3분기 13.56%로 소폭 감소했으며, 하나금융지주 역시 같은 기간 13.39%에서 13.3%로 하락했다.
이는 환율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과 더불어 다른 위험요소의 관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각 0.06%p, 0.1%p 오른 13.83%, 12.92%로 소폭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
문제는 최근 고환율 현상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보는 분석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업과 개인의 해외투자 증가 등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환율이 오르는 추세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장기적인 고환율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매월 그룹 위기대응협의회를 개최해 파생상품 등 환율민감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KB금융도 외화환산 손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헤지 전략을 구사하는 등 외환포지션 노출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통상 연말 결산을 앞둔 4분기는 금융사들이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자체적으로 RWA를 감소시키는 데 집중하는 시기다.
금융지주들은 외환시장 모니터링 체계를 일일 단위로 강화하는 등 위험가중자산 증가율 관리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가 자본비율 관리에 사활을 거는 또 다른 이유는 내년부터 모험자본 투입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들은 향후 5년간 총 40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투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110조원, 하나금융 100조원, 우리금융 80조원 규모다.
대규모 투자는 필연적으로 RWA의 증가를 동반한다.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자본비율을 최대한 높여놔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고환율이 예상치 못한 복병"이라며 "리스크 장기화에 대비하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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