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동대문구 자율주행버스, "사람보다 위험에 더 민감하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5.10.14 06:08  수정 2025.10.14 08:52

왕복 15㎞ 구간, 총 23개 정류소…평일 하루 6회 운행

레벨3 자율주행 가능하지만 운전자 탑승해 돌발상황 대비

13일 오후 자율주행버스 시승행사를 위해 탑승한 이필형 동대문구청장(가운데)ⓒ동대문구 제공

"비가 많이 와서 시야도 안좋고 퇴근시간이 겹쳐서 도로에 차량도 많은데 정말 안전하게 운행이 가능합니까?"


기자의 이런 질문은 자율주행버스 탑승 후 10분이 지나기 전에 해소됐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차량 외부의 객체를 정확하게 식별함은 물론, 주행중인 차선 위치를 실시간으로 내부 모니터에 송출하며 적절한 가속·감속은 물론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정해진 정류장에 정확하게 정차하는 성능을 선보였다.


13일 오후 동대문구청에서 개통식 후 실제 승객이 탑승한 시승을 선보이는 자율주행버스 동대문A01번. 자율주행 레벨3 능력을 갖추고 있어 운전자의 수동 조작 없이도 출발과 정지, 회전 등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서울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는 14일 오전 9시부터 자율주행버스 (동대문A01) 정식 운행에 들어간다고 이날 밝혔다.


구는 전날 구청 앞 광장에서 자율주행버스 개통식을 개최했다. 개통식은 주요 내빈 인사를 시작으로 자율주행버스 홍보영상 상영, 퓨전국악팀 축하공연, 테이프커팅 및 제막식, 기념 촬영, 시승 행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이번 자율주행버스 개통은 동북권 교통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미래형 도시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구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자율주행버스 동대문A01번 운전석 CCTV. 운전자의 조작상황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기 때문에 자율주행과 수동주행 상황을 바로 알 수 있다. ⓒ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개통식 이후 진행된 시승행사에서는 안전성에 대해 다소 불안감이 앞섰다. 아침부터 지속적으로 내린 비로 인해 도로가 완전히 젖어 차선 식별이 어려웠고, 차량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히며 시야도 불량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차량 시승시간이 퇴근시간대와 겹치며 도로 정체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이 해소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위험 요소를 발견했을 때는 오히려 사람보다 빠른 반응 속도로 제동에 들어가며 승차감에 대한 다소 불편함은 있지만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발견할 수 없었다.


동대문구 자율주행버스 동대문A01번의 운전석. 일반 운전자용 장비 외에도 센서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비와 비상제동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자율주행버스 노선은 장한평역에서 전농사거리, 청량리역, 세종대왕기념관을 거쳐 경희의료원까지 이어지는 왕복 15㎞ 구간으로, 총 23개 정류소를 운행한다. 운행은 평일(월~금) 하루 6회로, 운행 시간은 오전 9시(기점 기준)부터 오후 6시 15분(종점 기준)까지다. 배차 간격은 75분으로, 12시 45분 배차는 중식 시간으로 인해 운행하지 않는다.


동작구·서대문구 등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하는 타 자치구와 비교했을 때 노선 길이는 가장 길고 정류장 숫자도 가장 많다. 배차 간격이 긴 문제와 관련해 구 관계자는 "초기에는 안전성과 안정적 운영을 위해 배차 간격을 넓게 운영한다"며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간 버스 정보 제공, BIT 잔여 좌석 안내 등으로 대기 시간을 줄이고 있다. 2026년 이후에는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배차 간격을 점차 단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3일 오후 동대문구청 앞에서 열린 자율주행버스 개통식ⓒ동대문구 제공

구는 자율주행버스 운행 추진 배경과 관련해 "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높이고, 동시에 자율주행 기반 교통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며 "서울시 공모사업에 선정되고 국토부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되면서 동대문구가 미래 모빌리티 도시로 도약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선 구성 배경과 관련해서는 "회기동과 장안동을 환승 없이 바로 연결하는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서 이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이번 노선을 만들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수동주행중인 경우에도 센서를 활용해 차량 주변 객체를 인식하는 성능은 그대로 유지된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카메라 8대, 라이다 4대, 레이더 1대 등 각종 센서를 장착해 자율주행 능력 기준 레벨3 인증을 받은 이 버스는 향후 장비 업그레이드에 따라 레벨4 인증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이나 노인보호구역 등 규제 구간에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반드시 수동운전으로 전환하고 돌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운전자와 서비스매니저가 탑승한다. 전체 운행구간 중 25%가 교통약자보호구간으로 수동운행하며 나머지 75%구간은 자율주행한다.


또, 만 6세 미만의 영유아는 차량 흔들림, 급정거 등 안전상의 이유로 탑승이 제한되며, 만 14세 미만의 아동은 보호자와 동승하여 탑승이 가능하다.


아울러 개통 이후 당분간은 무료로 운영되며 2026년 하반기 유료 운영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시내버스 요금과 연계해 책정될 예정이며 교통카드 통합 환승도 가능해 실제 교통비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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