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부소산성서 백제 빙고 첫 확인

충남 부여군 부소산성에서 백제 시대의 대형 얼음저장고(빙고)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부소산성 제17차 발굴조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빙고와 함께 지진구(地鎭具·건축 전 대지의 안전을 기원하며 묻는 상징물)를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빙고는 조사구역 동쪽 끝에서 나왔으며, 평면은 사각형, 내부 단면은 U자형 구조다. 규모는 동서 7m, 남북 8m, 깊이 2.5m로, 초기에는 암반을 벽으로 활용하다가 이후 남쪽 벽을 돌로 축소한 흔적이 남아 있다. 바닥 중앙에는 길이 2.3m, 깊이 50㎝의 구덩이가 있고, 남쪽에는 깬 돌을 채운 배수 시설이 확인돼 내부 물을 빼내기 위한 집수정(集水井)으로 추정된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빙고는 얼음을 장기간 저장하기 위한 특수시설로, 강력한 왕권과 국가 권력이 뒷받침돼야 운영 가능한 위계적 공간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백제의 빙고는 과거 세종시 나성리와 공주시 정지산 유적, 부여 사비도성 인근 등에서 발견된 바 있으나, 부소산성 내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께 출토된 지진구는 짧은 목 항아리에 구슬 모양 손잡이가 달린 뚜껑이 덮인 형태로, 내부에서 중국 한나라 시기부터 사용된 오수전(五銖錢) 5점이 나왔다. 연구소는 “성토층이 아닌 생토를 파서 설치한 것으로 보아, 빙고의 성공적인 축조를 기원하기 위한 의례 행위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한편 연구소는 이날 부여군과 함께 부소산성 제18차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조선 시대 군용 식량 창고였던 군창지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이전 조사에서 확인된 건축물과의 연관성을 추가로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