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금리인하, 진짜 필요한 '서민' 돈줄 막는다 [서민금융 역설]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5.10.14 07:17  수정 2025.10.14 07:18

저신용자 정책대출 연체율 상승에 대위변제율도 ‘빨간불’

서민금융 최고금리 인하 검토…현장선 ‘난색’

대손율 리스크에 취약차주 더 좁아진 돈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서민금융상품'의 금리를 "잔인한 금융"이라 질책하면서 금융당국은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내에서는 금리 인하 시 리스크 방지를 위해 은행권에서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을 더욱 엄격히 조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이런 예상이 실현된다면 차주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장위로 인근에 불법사금융업체 광고 스티커가 붙어있는 모습.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서민금융상품의 최고금리가 15.9%에 달한다며 “잔인한 금융”을 질책하고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은 해당 금융상품의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내에서는 금리 인하가 되려 서민금융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상품의 연체율이 증가해 서민금융진흥원의 대위변제율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금리를 내리게 되면, 은행들은 채권이 회수되지 못할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이 리스크 방지를 위해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을 더욱 엄격히 조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서민금융상품의 대출까지 막힌 저신용자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 '금융소외'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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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햇살론15,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불법사금융예방대출 등 저신용자를 위한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대부업·불법사금융 등 고금리 대출 이용이 불가피한 최저신용자를 위해 단계별로 나눈 정책서민금융상품의 직·간접 보증을 진행하고 있다.


햇살론15는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20%에 해당하는 이들을 위한 대출이다. 햇살론15에서도 대출이 거절된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 취약 차주를 위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과 이마저도 어려운 이들을 위한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이 있다.


제도권 내 금융사뿐만 아니라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이 불가능한 저신용자들을 위한 상품 특성이 반영돼 연체율도 가장 저신용자에게 대출되는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이 높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불법사금융예방대출(옛 소액생계비대출)의 지난 8월 기준 연체율은 35.7%에 달했다. 2023년 말 11.7%에서 24%p 급등한 수치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도 2023년 말 14.5%에서 올해 8월 26.7%로 상승했다. 햇살론15도 같은 기간 21.3%에서 25.8%로 증가했다.


서민금융상품의 대출이 연체가 되면 보증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채권을 가져가는 ‘대위변제’가 일어나는데, 이후 서금원이 ‘대신 빚을 갚는’ 것이 돼 채무자는 서금원에 빚을 상환하게 된다.


문제는 저신용자들이 서금원을 통해 채무조정을 거쳐도 연체가 계속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서금원이 다른 차주에게 보증을 서줄 재원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서 민생경제 회복·안정 대책 토론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향해 “(저신용자 고리대출이) 자본의 핵심이라지만, 이게 어떻게 서민금융이냐. 너무 잔인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권 부위원장은 “금리는 7~8%인데 보증료가 7~8%”라며 “대손율이 20~30%에 달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손율은 금융회사가 회수가 불가능한 금액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저신용자의 경우 돈을 갚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자율도 높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이같은 질타에 저신용자에 대한 금리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 15.9% 수준인 일부 서민대출 상품의 최고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내에서는 이같은 금리인하 방안이 오히려 제도권 금융 내에서 대출이 불가한 저신용자들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의 경우 (금융)시장에서 받지 못하는 분들이 대상이라 그에 맞게 금리가 책정이 돼 있는 것”이라며 “금리를 낮춘다면 추가적으로 (서금원) 재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손율에 대해)은행이 리스크를 더 지게 되는 구조에서 정부에서 금리를 내리라고 했으다고 무작정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누군가는 리스크를 져야 하니 금리를 낮추면 리스크르 피하기 위해 더 어려운 분들이 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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