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재계약이 오히려 독?’ 안일했던 이숭용 용병술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5.10.15 09:15  수정 2025.10.15 09:16

시리즈 전적 1승 3패 밀리며 준플레이오프서 탈락

이른 재계약, 절박했던 삼성 박진만 감독과 대비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 ⓒ 뉴시스

정규시즌 3위 SSG 랜더스가 삼성 라이온즈에 업셋을 허용하며 허무하게 이번 시즌을 접었다.


SSG는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2-5 패했다.


이로써 SSG는 시리즈 전적 1승 3패를 기록하며 업셋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3위팀에 이점을 주기 위해 2015년부터 4~5위가 맞붙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11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팀이 6번이나 패했고, SSG도 그 중 한 팀이 됐다.


시리즈 내내 아쉬웠던 대목은 역시나 '초보티'를 벗지 못한 이숭용 감독의 용병술이었다.


선수 시절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었던 이숭용 감독은 KT 타격코치, 단장을 거쳐 지난해 SSG 감독직에 올랐다.


감독 첫 시즌 일부 야수 및 투수들의 혹사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고집스러운 스몰볼을 유지하다 KT와의 5위 결정전에서 밀려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에는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속에서도 불펜진을 잘 완성해 3위로 마감했으나 포스트시즌 들어 지나치게 소극적인 경기 운영이 발목을 잡았다.


먼저 SSG는 특급 외국인 투수 앤더슨이 장염에 걸리는 초대형 악재와 마주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이 유력했던 앤더슨은 컨디션을 회복하느라 3차전에 와서야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 결과는 3이닝 3피안타 3실점(2자책).


1선발 카드를 제대로 쓸 수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으나 다른 선발 투수들마저 이른 시점에 교체했고 이는 결국 불펜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SSG는 1차전 선발로 나선 화이트가 2이닝(6피안타 3실점) 동안 고작 59개의 공을 던진 뒤 교체됐고, 2차전 선발 김건우(3.1이닝 2실점, 투구수 49개)도 퀵후크를 피하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 치르는 동안 제대로 믿고 맡긴 투수는 4차전 선발 김광현(5이닝 1실점, 투구수 84개)이 유일했다.


3년 차 이로운은 준PO 4경기에 모두 등판했고 81개의 공을 던졌다. ⓒ 뉴시스

부담은 3년 차 어린 투수 이로운이 떠안았다. 이로운은 이번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 모두 구원 등판했고 3.2이닝 동안 5피안타 5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81개로 팀 내 투수 중 김광현 다음으로 많이 던졌다.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1~2차전 무실점으로 버티던 이로운은 3차전서 0.2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부진했고, 탈락으로 이어진 4차전서 디아즈, 이재현에게 연속 홈런을 맞은 뒤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타자들은 너무 믿고 맡긴 게 패착으로 이어졌다. SSG는 이번 시리즈 내내 중심 타자 역할을 해줘야 할 에레디아, 최정, 한유섬의 방망이가 터지지 않았다.


4차전서 간신히 동점을 만들었던 8회초 무사 3루 상황에서 최소 희생플라이를 쳐주길 바란 듯 SSG 더그아웃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믿음의 야구는 통하지 않았다. 에레디아는 삼진, 최정 사구, 그리고 한유섬 삼진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이어지고 말았다. 반대편에서 어떻게든 한 점을 짜내기 위해 수시로 작전을 지시하던 삼성 박진만 감독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SSG는 정규 시즌 종료 직전이던 지난달 초 계약 만료를 앞둔 이숭용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맺었다. 매우 이례적인 조치에 대해 구단 측은 “청라돔 시대를 준비하며 구단의 리모델링 방향성을 일관되게 이어가기 위함”이라며 “조기 재계약을 통해 남은 시즌 무리한 선수 기용과 혹사를 방지하는 등 운영 안정성을 확보한다”라고 설명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올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다. 거취는 포스트시즌이 모두 끝난 뒤 결정될 전망이다. 박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서 뒤가 없는 승부사적 기질을 드러내고 있어 이숭용 감독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른 재계약이 안일함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2025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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