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두 달 앞두고 엎어지나…흔들리는 자동차손배법 개정안

김민환 기자 (kol1282@dailian.co.kr)

입력 2025.10.16 07:48  수정 2025.10.16 07:59

국감서 “8주 기준 불합리” 지적…국토부 ‘원점 검토’

과잉진료 여전·진단서 남발…보험금 누수 심화

보험료 부담 국민 몫…“정책 후퇴 반복돼선 안 돼”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 두 달을 앞두고 논란에 휩싸였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 두 달을 앞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지적이 이어지자 국토교통부가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제도 시행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8주 기준과 보험사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원점 검토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제도는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장기치료와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마련된 만큼, 시행 차질 시 보험금 누수와 보험료 인상 우려가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정부는 경상환자의 장기치료 억제를 위해 4주 초과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실효성이 낮자, 국토부는 지난 6월 8주 초과 치료 시 공적심사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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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개선 이전에는 장기치료가 일상적이었다. 2020년 후방 접촉사고를 당한 70대 남성은 단순 염좌 진단에도 7일 입원 후 2025년 5월까지 560회 통원치료를 받으며 25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수령했다. 차량 수리비는 20만원에 불과했지만 추나요법·약침·부항 등 ‘한방세트 치료’가 반복됐다. 해당 의료기관은 환자가 통증을 호소할 때마다 제지 없이 치료를 이어간 것이다.


올해 3월 경미한 추돌사고 피해자도 8일간 입원하고, 10차례 통원을 통해 한방치료로 370만원을 청구했다. 전문가들은 과잉진료가 여전하다며 내년 1월 개정안의 차질 없는 시행을 강조했다.


자동차보험 진단서 발급비도 급증세다. 지난해 26억4000만원으로 2023년보다 75%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14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억7000만원)을 웃돌았다. 경상환자 67만여명이 4주 초과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며, 이 중 26만명은 3회 이상 반복 발급했다. 추가 제도 개선이 절실한 이유다.


이처럼 경상환자 진료비가 불필요하게 늘어나면 자동차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치료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일부 한방병원의 비정상적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며 “환자가 오지도 않았는데 지불보증 연장을 요청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늘리려는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추진한 개정안은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막고, 정말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자원을 돌리기 위한 공적인 취지가 있다”며 “손해율이 악화된 상황에서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려면 이런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8주 초과 치료의 공적심사 절차는 진료권 제한이 아니라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공론화를 거쳐 합의점을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대한 예정된 기한 내에 시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한의계가 의원실과 여론을 상대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제도 시행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집단 이익’과 ‘공공성’의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한 정책 전문가는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진료비 누수는 곧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정책 후퇴가 반복되면 결국 서민경제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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