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몬스터 앵콜, 왜 화제인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10.18 07:07  수정 2025.10.18 07:07

지난 16일에 진행된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베이비몬스터의 미니 2집 타이틀곡 '위 고 업(WE GO UP)’이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음악방송에선 1위 발표 이후에 즉석 앵콜 라이브를 하는 관행이 있다. 이미 1위 발표까지 다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라이브를 해도 다 방송되진 않는다. 보통 앞부분만 의례적으로 잠깐 보여주다 방송이 끝나게 마련이다.


그렇게 앵콜 라이브는 별로 이슈가 되지 못하고 흘러가버리는 순서였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베이비몬스터의 ‘위 고 업’ 앵콜 무대를 본 사람들이 방송이 끝나자 유튜브로 달려갔다. 유튜브엔 앵콜 무대가 다 담긴 이른바 ‘직캠’ 영상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클릭하면서 해당 영상이 불과 하룻만에 조회수가 100만 뷰를 돌파했다. 이렇게 이번 베이비몬스터의 앵콜 라이브는 매우 이례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본무대와 달리 즉석 앵콜 라이브는 각종 보정 등의 도움 없이 생목소리로만 펼쳐진다. 정식으로 공연하는 것도 아니고, 무대 위에 동료 가수들이 모두 올라와있는 어수선한 상황에서의 즉성 가창이다. 1위 앵콜이기 때문에 노래를 불려야 할 가수들은 방금 막 1위 수상 발표를 듣고 상기된 상태다. 신인들이나 처음 1위를 한 이들은 울음이 북받칠 때도 많다. 그러니 음악방송 앵콜 라이브에선 제대로 된 가창을 보기가 힘들었다.


특히 가창력 위주의 가수가 아닌 댄스 아이돌의 경우엔 앵콜 라이브 때 뭔가 불안정하거나 소리에 힘이 약해서 무대장악력이 떨어져 보일 때가 많았다. 그런 무대를 많이 봐왔던 시청자들이 이번에 베이비몬스터의 앵콜 라이브를 보고 귀가 번쩍 트이는 듯한 경험을 했다. 그래서 유튜브까지 찾아가서 영상을 찾아보게 된 것이다.


베이비몬스터 멤버들이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소화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2023년 말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실력으로 유명했다. 정식으로 녹음된 음원보다 라이브가 더 좋게 들리는 희귀한 팀이다. 그래서 팬들은 베이비몬스터의 1위 앵콜 라이브를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이번에 ‘위 고 업’으로 첫 1위에 오르면서 마침내 그 바람이 실현된 것이다.


앵콜 라이브에서 베이비몬스터는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일부 멤버는 첫 1위의 감격으로 울음이 터지려는 듯한 상황이었는데도 음원 이상의 가창을 들려줬다. 여기에 사람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베이비몬스터는 처음부터 실력으로 정평이 나면서 데뷔곡 '쉬시(SHEESH)'가 2024년 K팝 걸그룹 곡들 중 스포티파이 최고 진입 기록을 달성했고, 발매곡 누적 스트리밍 횟수가 무려 11억 회를 돌파했다. 유튜브에선 ‘쉬시’ 뮤직비디오가 10일 만에 1억 뷰를 달성해 케이팝 걸그룹 데뷔곡 최단시간 1억 뷰 기록을 세웠다. 그후 1억 뷰 영상들을 줄줄이 양산하고 있다.


케이팝 걸그룹 뮤직비디오 조회수 연간 톱텐을 보면 2010년에 전성기였던 소녀시대와 투애니원이 그해 톱텐 안에 각각 3곡씩 진입시켰다. 2017년에 트와이스가 가요계를 휩쓸었을 때 4곡을 진입시켰다. 2022년 최고의 데뷔팀이었던 아이브는 그해 2곡이었다. 즉 연간 톱텐에 2~4곡 정도 진입시키면 그해 케이팝 걸그룹 최고의 스타란 이야기다.


베이비몬스터는 신인인데도 2024년 톱텐에 5곡을 진입시켰고 타이틀곡 ‘쉬시'는 그해 연간 전체 1위에 올랐다. 2023년 연말에 발표한 선공개곡 ‘배터 업(BATTER UP)’은 그해 연간 2위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신드롬이다.


실력에 대한 경탄과 믿음 때문에 이런 관심을 받은 것인데 이번 1위 앵콜 무대로 다시금 실력을 증명했다. ‘위 고 업’ 뮤직비디오는 공개 5일 만에 6000만 뷰를 돌파했고, 이 노래의 퍼포먼스 영상도 공개 하루 만에 2000만 뷰에 육박했다. 앵콜 무대로 라이브 내공까지 입증하면서 더욱 주목 받을 전망이다.


요즘 케이팝 팬들은 라이브 실력에 대해 민감해지고 있다. 케이팝이 국제화 되면서 한국 방송이 아닌 미국의 무대에 설 일이 많아졌는데, 거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상당히 중요해졌다. 그렇다보니 라이브 실력에 대해 대중이 점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4세대 걸그룹 선두주자였던 르세라핌은 미국 공연에서 가창력이 미흡했다는 과도한 비난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가 최근 미국 투어 성공으로 실력을 입증하면서 위상을 회복했다. 얼마 전엔 에스퍼가 미국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며 도마 위에 올랐다. 엔믹스나 다영 등이 라이브 무대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재 등의 ‘골든’ 라이브도 찬사를 받았다. 이렇게 라이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에 베이비몬스터가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 셈이다.


원래 전 세계 아이돌팬들 중에서 한국팬들이 유독 실력에 엄격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그 반대였다. 그 결과 한국 아이돌과 일본 아이돌의 실력은 천양지차로 벌어졌다. 그리고 한국 아이돌이 세계 팝계의 기린아가 되었다. 그렇게 세계에서 주목 받으며 국제적 무대에 설수록 실력이 중요하게 된다. 안 그래도 엄격했던 국내팬들의 시선이 더 엄격해진다. 그러니 앞으론 케이팝 아이돌에게 뛰어난 라이브 실력은 기본 조건이 될 전망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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