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주범 축산분뇨, 잘 말리면 친환경 에너지원[가축분뇨 자원화①]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10.22 07:00  수정 2025.10.22 07:00

정부, 가축분뇨 고체연료화 기획단 구성

악취·온실가스 대신 재생에너지 보완재

세계 선진국도 산업화 속도 높여

함수율·주민 기피 등 극복 과제도

낙동강 인근 공유부지에 쌓여있는 퇴비 모습. ⓒ기후에너지환경부

거스를 수 없는 친환경 흐름에 세계 주요 국가들이 에너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위험을 내포하지만 효율 좋은 원자력 발전을 늘리기도 한다.


한국 정부는 최근 가축분뇨를 활용한 에너지원 만들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가축분뇨를 고체연료화해서 탄소 발생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원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다.


이를 위해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를 필두로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지방자치단체, 발전사, 연구기관 등 모두 18개 기관이 참여하는 ‘가축분뇨 고체연료 활성화 공동기획단’을 최근 출범시켰다.


가축분뇨 고체연료화 사업은 소, 돼지 등이 배출한 분뇨를 분리, 건조, 성형해 고체연료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퇴비나 액비(액상비료)로 쓰던 분뇨를 재생에너지 연료로 만들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와 악취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기후부가 고체연료화에 힘을 싣는 이유다. 덤으로 퇴비, 액비로 처리할 때 발생하는 수질오염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가축분뇨를 건조하고 성형해 고체연료로 만들면 퇴비보다 처리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이다. 악취 문제를 해결하면서 농장 내 위생 상태도 좋아진다.


발전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원 공급뿐만 아니라 유연탄 같은 수입 화석연료 대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낮춰 축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가축분뇨 고체화사업 성공 사례를 낳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로 만들어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데 쓴다. 가고시마현에서는 닭똥(계분) 수분을 50% 이하로 줄여 연료로 사용 중이다. 하루 40t가량 처리해 400㎾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닭 분뇨를 에너지화해 연간 100억원의 수익을 내면서 농촌 경제 활성화와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현하는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네덜란드 메르다이크 발전소는 가축분뇨 고체연료화로 하루 1250t을 처리해 36.5㎿ 전력을 생산하면서 관련 산업 발전이 속도를 내고 있다.


가축분뇨 고체연료화 사업 핵심은 분뇨 속 수분을 얼마나 줄이느냐다. 관련 기술은 국내에서도 꽤 발전한 상태다.


에스이에스티(주)는 지난 2017년 돼지 분뇨를 고압착 탈수 기술로 수분함량을 낮추고, 진공감압 건조 기술을 통해 고체 연료화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주관한 ‘환경 R&D 단기산업기술개발사업’ 우수성과로 뽑히기도 했다.


정부 역시 농협,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과 함께 고체연료 시험 발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다. 다만 대규모 활용을 위해서는 염소 등 부식 유발 성분 저감 등 품질개선, 고체연료 품질 기준 합리화, 생산시설의 신속한 구축 등이 필요하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가축분뇨 고체연료 관련 다부처 연구개발(R&D)을 기획하는 한편 고체연료 활성화 방향 설정 등 기반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 공동기획단 출범을 통해 본격적인 활성화 방안 마련 단계에 돌입하게 됐다.


한국전력과 발전사 등 에너지 분야 측에서는 고체연료가 태양광·풍력 중심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안정적 에너지원으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대량 사용을 위해서 발전설비 보완을 통한 고체연료 대응력 강화, 열량·제형 등 고체연료 품질 기준 합리화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농협과 지자체 등 농업 분야에서는 가축분뇨를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에너지화하는 방식이 자원 순환과 환경 개선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함께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대안으로 평가했다.


다만, 현행 법령상 품질 기준은 가축분뇨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이를 맞추기 위한 시설비와 운영비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으로 관련 법에 따른 고체연료 품질 기준의 합리화와 농가 등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가축분뇨 고체연료화 시설에 대한 주민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 기피 시설 이미지로는 범정부 차원의 정책 확대가 힘들다. 가축분뇨 고체화로 얻는 이익이 주민들에게도 돌아가도록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조희송 기후부 물환경정책관은 “이번 공동기획단은 가축분뇨 ‘퇴비’를 ‘에너지’로 본격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가축분뇨 고체연료를 통해 지역단위의 에너지 자립화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기획단장을 맡은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공동기획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수렴해 실효성 있는 활성화 방안을 도출하겠다”며 “R&D 투자, 규제 개선 등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지원해 2030년까지 가축분뇨 고체연료가 재생에너지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공 관건은 ‘함수율’, 에너지 절감 효과 50% 키운 기술력 [가축분뇨 자원화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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