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14개 철골, 1.7만명 투입"…역대 최대 규모 에쓰오일 '샤힌' 완공 초읽기 [르포]

에쓰오일, 9조2580억원 투입한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 건설 마무리 단계

원유→석화 원료 직접 전환 ‘TC2C’ 공정 도입…수율 3배 이상 향상

정유·석화 시너지로 효율 극대화, 지역경제 효과 3조원 기대

“비효율 설비만 감축…샤힌 같은 최상위급 플랜트는 예외”

지난 21일 방문한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단 내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이현영 현대건설 샤힌 에틸렌시설 건설공사 패키지 1 현장실장이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전체 공사 기간은 내년 6월까지 총 42개월입니다. 지금 이달 10월을 빼면 8개월 남았습니다.”

대한민국 새로운 에너지의 심장으로 불리는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의 건설이 기계적 준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23년 1월에 첫 삽을 뜬 이후 지난 15일 기준 전체 EPC(설계·구매·건설) 공정의 85.2%가 진행됐다.

샤힌프로젝트는 단순한 플랜트 건설이 아니다.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세계 최초 TC2C(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신기술을 도입한 시설), 공정과 세계 최대에틸렌 생산능력(단일 설비 기준)을 결합한 초대형 복합시설로, 정유와 석유화학의 경계를 허무는 ‘게임체인저’로 평가된다.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지난 21일 방문한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단 내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건설 현장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일정에 맞춘 공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완공이 가까워진 현재, 높이 솟은 크레인과 빽빽하게 들어선 철골 구조와 연결 모듈이 한 덩어리처럼 맞물려 있었다. 그 사이로 연두색 작업복과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이 오르내렸다.

울산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중심지이며 이 중에서 온산국가산업단지는 핵심 기지다. 이곳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샤힌프로젝트는 석유화학 핵심 기초 유분인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폴리머 제품을 만드는 미래형 석유화학 단지를 세우는 작업이다.

에쓰오일은 이 프로젝트에 9조2580억원을 투자했다. 막대한 자금을 쏟은 만큼 건설 규모도 거대했다. 이현영 현대건설 샤힌 에틸렌시설 건설공사 패키지 1 현장실장은 “현장 부지를 전체 합치면 26만평 정도 된다”며 “이는 축구장(약 2100평)이 120개 정도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완공 후 조감도 모형.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런 거대한 규모의 건설을 위해 하루 평균 1만1000명, 최대 1만7000명의 작업자가 토목, 철골, 기계, 배관, 전기, 계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기계 장비의 총 무게는 13만t으로 중형차 10만대와 맞먹고, 철골 사용량은 에펠탑 14개를 달할 정도다.

이 실장은 “딱 1년 전인 지난해 10월22일 전체 공정률은 40%였다”며 “당시 시공은 23%로, 그때와 비교하면 1년간 50% 정도 진척이 있었고 남은 27%도 내년 6월까지 수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대형 타워, 반응기, 가열로, 컴프레서, 열교환기, 저장탱크와 총 101개의 모듈이 자리를 잡아 공장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국내 석유화학 설비 중 최대 규모인 118m의 프로필렌 분리타워와 TC2C 수첨분해 반응기, 크래킹히터(에틸렌을 생산하는 핵심설비) 등 주요 장치의 설치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현장은 크게 3곳으로 나뉘어 ▲스팀 크래커(나프타, LPG, 부생가스 등을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을 생산) ▲에틸렌 생산시설(패키지 1) ▲저장시설(패키지 3)로 건설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5km 떨어진 곳에서는 폴리머 공장(패키지 2. 스팀 크래커에서 생산한 에틸렌을 원료로 폴리에틸렌 제품을 생산)가 지어지고 있다.

이 중 패키지 1 구역은 샤힌 프로젝트의 심장부로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나프타와 LPG 등 다양한 원료를 고온으로 열분해해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등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가 건설된다. 이 기기의 핵심 장치인 ‘크래킹 히터’는 총 10기로, 1개당 가로 약 10m, 세로 40m, 높이 68m의 초대형 크기이기 때문에 모듈 형태로 제작한다.

이렇게 완성된 스팀 크래커에서는 연간 에틸렌 180만t, 프로필렌 77만t 등 대규모 석유화학 원료가 생산될 예정이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릴 정도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범용 소재다.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TC2C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에쓰오일

특히 이곳에선 에쓰오일 모회사인 아람코의 첨단 기술인 TC2C가 최초로 도입돼 주목되고 있다. TC2C는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재료 생산을 증대하기 위해 최적화된 공정으로, 전통 석유화학 산업 대비 탄소집약도가 낮은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이 실장은 “TC2C 공정은 기존 정유공정에서 나프타를 뽑아내는 과정을 단순화해 수율을 극대화한 신공법”이라며 “기존 20% 수준이던 원료 전환 수율을 75% 이상 끌어올렸다”고 부연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기존 정유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가스와 잔사유를 활용해 고부가 케미컬 제품을 생산하고, 정유시설과 인접해 공정 효율을 극대화한다.

또한 완공 후에는 400명 이상이 신규 고용되고 지역경제 효과는 약 3조원, 지방세수는 연 330억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생산된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파이프라인을 통해 국내에 공급되고 사우디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수출도 확대될 예정이다.

한편,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재편이 설비 합리화에 중점을 두고 있어 샤힌 프로젝트의 생산량 감축 여부에 대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향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중의 하나”라며 “감축을 통해서 공급량을 줄이면 국내 가격 경쟁이라도 조금 나아지지 않겠느냐라는 관점에서 감축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단순히 설비를 줄이는 감축이 아니라, 경쟁력을 올라갈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정유와 석유화학의 통합”이라며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석유화학 공정으로 직접 연계할 수 있도록 산업별로 정유사와 NCC 업체 간 통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말하는 감축은 단기적인 감산이 아니라 비효율 설비를 폐쇄하는 구조적 감축”이라며 “현재 가동률을 60~70%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은 기업 자율에 따른 시장 대응일 뿐, 구조개편의 목적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샤힌프로젝트처럼 최상단 경쟁력을 갖춘 설비를 줄일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