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대 웃고, 울리는…황정민 맞춤형 ‘미세스 다웃파이어’ [D:헬로스테이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10.23 08:40  수정 2025.10.23 08:40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하닙니까!”


1993년 개봉한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무대에서 천만 영화 ‘서울의 봄’ 속 명대사가 재현된다. 심지어 그 대사를 내뱉는 사람도 실제 그 역할을 연기했던 배우 황정민이다.


ⓒ샘컴퍼니

황정민이 뮤지컬 무대에 선 건 ‘오케피’ 이후 10년 만이다. 이혼한 다니엘이 자기 자녀를 돌보기 위해 보모 할머니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장해 전처 집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서, 황정민은 다니엘이자 다웃파이어를 연기한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사실상 다니엘/다웃파이어의 원맨쇼에 가까운 작품이다. 매 회차 무려 20차례에 걸친 퀵체인지로 다니엘과 다웃파이어를 오가는 1인2역을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노래와 춤, 랩까지 선보이는 동시에 자녀를 향한 부성애가 돋보이는 절절한 연기까지 해낸다.


이 과정에서 황정민은 ‘배우 황정민’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다니엘과 다웃파이어를 오가는 퀵체인지에서는 목소리 톤, 걸음걸이, 제스처 하나하나가 순식간에 바뀌는데 그 자체로 거대한 볼거리다.


황정민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대사들에도 관객은 열광한다. 앞서 언급한 ‘서울의 봄’을 비롯해 ‘신세계’ 속 명대사인 “드루와, 드루와”가 다웃파이어의 입에서 능청스럽게 터져 나오고, ‘베테랑’의 “어이가 없네”가 기막힌 상황에 절묘하게 배치될 때, 객석은 기다렸다는 듯 웃음바다가 된다.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가진 고유의 페르소나를 극 속에 영리하게 녹여내며 ‘황정민표 다웃파이어’를 완성시키는 핵심 장치로 작동한다.


ⓒ샘컴퍼니

작품은 그저 ‘코믹함’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작품의 진짜 힘은 진한 부성애와 가족애에 있다. 황정민의 연기력은 여기서 가창력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다. 이혼으로 더 이상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절절함을 보여주는 재판 장면에서 부르는 솔로 넘버 등에서 황정민은 완벽한 고음이나 화려한 기교 없이도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그것은 노래가 아닌, 절박한 아버지의 ‘외침’이자 ‘고백’으로 들린다. 대사 한마디, 가사 한 줄에 담긴 진심이 그의 연기력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며, 관객들은 극에 완벽하게 몰입한다. 황정민이 왜 ‘믿고 보는 배우’인지를 무대 위에서 다시 한번 증명하는 순간이다.


황정민의 연기 덕분에 작품의 메시지는 더욱 빛을 발한다. 다웃파이어는 극의 말미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 있는 한, 가족은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고. 작품은 갈등과 오해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과정 자체가 가족임을 보여주는 식이다. 서로의 선택과 갈등 속에서도 ‘사랑’이 있는 한 가족은 끝내 연결되어 있다는 관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따뜻함을 안긴다. 공연은 오는 12월 7일까지 샤롯데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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