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통해 자녀 체내 축적… 항바이러스 면역력 저하 확인
생명연, 모유 통한 미세플라스틱 면역 영향 세계 최초 규명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컵, 포장지, 비닐봉지 등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은 이제 공기, 물, 식품은 물론 우리 몸 속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더 이상 단순한 쓰레기가 아닌 인체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오염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임신부와 영유아는 면역체계가 취약해 환경 유해물질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산모로부터 자녀에게 전달돼 면역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 바이오신약중개연구센터 이다용 박사 연구팀은 폴리에틸렌 미세플라스틱이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돼 면역체계를 교란시키는 과정을 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 미세플라스틱을 임신한 생쥐에 투여한 뒤, 이 물질이 모유를 통해 새끼의 체내로 이동하고 비장에 축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비장은 면역세포 조절의 핵심 기관이다. 미세플라스틱 노출군에서는 T세포와 NK세포가 줄고 염증을 유발하는 B세포가 증가하는 등 면역 불균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새끼 생쥐의 비장에는 성장기 내내 면역세포 분포 이상과 항바이러스 면역물질인 인터페론 및 사이토카인 분비 감소가 이어졌다. 이는 일시적인 반응이 아니라 면역 발달 전반을 교란시켜 감염에 대한 방어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신종플루(H1N1) 바이러스 감염 실험에서 미세플라스틱 노출군은 정상군에 비해 체중이 빠르게 감소하고, 항바이러스 면역물질 분비가 현저히 낮게 나타나 감염 증상이 심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히 체내에 머무는 이물질이 아니라 면역 기능을 직접 교란해 감염병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다용 박사는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세대를 넘어 면역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라며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저널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IF 11.3)’에 10월 15일 게재됐다. 연구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사업 및 생명연 주요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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