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평양은 언제나 모스크바와 함께"…北, 파병 기념관 착공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0.24 11:01  수정 2025.10.24 11:03

파병 군인 희생 기리는 기념관 건립은 처음

정부 "참전군 영웅화, 북·러 동맹 과시 의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자랑스러운 참전 영웅들의 영생을 기원하는 전투위훈기념관이 수도 평양에 건립되게 된다"며 23일 착공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고 2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파병한 전사자들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관을 수도 평양에 건설하기로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자랑스러운 참전 영웅들의 영생을 기원하는 전투위훈기념관이 수도 평양에 건립되게 된다"며 착공식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착공식 연설에서 이 기념관이 "나날이 공고화되는 조로(북러)관계의 위대한 상징"이라며 "평양은 언제나 모스크바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로 오늘로부터 1년 전 우리 원정부대 전투원들의 마지막 대오가 러시아로 떠나갔다"며 "그 어떤 보수나 바램도 없이 떠나간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스러운 그 걸음에서부터 조로 두 나라 관계가 한 전호에서 피를 주고받는 가장 높은 신뢰관계로, 생사운명을 같이하는 제일로 진실하고 공고한 불패의 관계"로 승화했다며 "이 전장에서 조로관계의 굳건함이 가장 엄격한 검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해외 파병 군인의 희생을 기리는 기념관이 건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28일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건립이 결정된 바 있다.


이곳은 평양의 뉴타운 '화성지구'에 자리했다. 참전군의 묘지인 '열사릉'과 기념관, 기념비로 구성된다. 파병군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사진과 미술작품, 유물들도 전시된다.


김 위원장은 "이 기념관 가까이에 건설하고 있는 새별거리가 완공되면 열사들이 사랑하는 자기의 부모처자, 형제들과 늘 함께 있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주고받고 채 나누지 못한 혈육의 정도 오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열린 참전군인에 대한 국가표창 수여식에서 평양시 대성구역에 참전군인 유족들을 위한 '새별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설을 마친 김 위원장은 간부들과 함께 착공을 기념하는 의미로 직접 첫 삽을 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파병 1주년을 기점으로 파병부대 지휘관들을 격려하고, 파병군과 유가족에 대해 표창하는 등 대대적인 보훈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당·정·군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3일 평양 화성지구에서 러시아 쿠르스크주 해방 군사작전에 참전한 북한군 용사들을 기념하는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건설 착공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2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통일부 정례브리핑에서 "전체적으로 볼 때 참전 군인에 대한 영웅화와 이에 상응하는 보훈을 통해서 체제 안정 도모와 북·러 동맹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이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전쟁 참전=새로운 조·러 혈맹'이라는 국가 서사를 완성하고, 향후 추가 군사 파견, 제재 무시·우회 경제협력, 젊은 세대 대상 지속적 동원을 당·군·민 모두가 '성스러운 의무'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정치적·도덕적 토대를 쌓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김정은·트럼프 깜짝 회동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신호로 해석된다"며 "현재 트럼프와 만난다는 것은 실익보다 리스크가 훨씬 크기 때문에 트럼프와의 회동보다 러시아와의 혈맹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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