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낙관론 접고 신중 기류…조율 난항
'구두합의'서 '명문화'될까…마지막 관문 남아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이 협상 분수령 될 듯
트럼프 "준비됐다면 나도 준비"…공개 압박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한미 관세협상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불과 며칠 앞둔 주말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협상단이 잇따라 워싱턴을 찾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양국 정상의 만남을 앞두고도 이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결국 이번 협상의 핵심은 관세 협상 내용을 언제, 어떤 내용으로 명문화할 수 있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3500억 달러(약 50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안을 둘러싼 현금 비중과 납부 기한, 운용 방식 등을 두고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톱다운 방식'을 통해 APEC 정상회담을 마지막 조정의 장으로 만들 수 있을지가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는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지난 8월 25일 이 대통령의 방미 이후 약 두 달 만에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이다.
8월 워싱턴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이후 공동 합의문이나 기자회견은 없었지만, 대통령실은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이야기가 잘 된 회담'이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회담에 앞서 지난 7월 말 양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구두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협상 테이블 안팎의 공기는 점차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두 가지 쟁점만 남았다'며 낙관론을 보이던 대통령실은 신중한 기류로 돌아선 분위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24일 방미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전 이뤄지는 한미 당국 간 대면 협의는 마무리됐다. 김용범 실장은 귀국길에서 협상과 관련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관세 협상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수개월째 이어진 평행선 기류를 고려하면 세부 조율 단계에서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이 대통령도 협상이 지연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합리적 결론이 도출되길 기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공개된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상호 간의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경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인위적인 마감 시한을 정해두는 것"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보다 하루 앞서 공개된 미국 CNN 인터뷰에서도 관세협상 타결 시점과 관련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APEC을 계기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선 양국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는 한편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와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대통령은 '경제적 합리성과 국익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협상하라'는 강한 훈령을 주고 있다"며 "그 훈령에 따라 마지막 조정을 위해 협상팀이 분투하고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타결될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협상이 APEC을 넘길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에는 "그 시기를 손쉽게 흘려보내겠다는 취지까지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위 실장은 "국익이 1위이고 나머지는 부차적이라는 취지로, 국익을 지키기 위해 잘 협상하겠다는 뜻"이라며 "대통령은 동맹 간에 합리적 근거를 기초로 협상하면 합의하지 못할 일이 있겠느냐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일본·한국 등 아시아 순방길에 미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가진 기자들과 문답에서 한국과 관세·무역 협상에 대해 "타결에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외형상 낙관론처럼 들리나, 협상 타결의 열쇠가 한국 측에 달려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상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한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타결을 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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