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참여한다는데 구체적 내용은 미정
HBM 공급·데이터센터 협력은 '논의' 중
챗GPT 엔터프라이즈 확산은 오픈AI 성과
지난 1일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한 모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동석했다.ⓒ뉴시스
오픈AI가 한국을 주요 거점으로 한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샘 올트먼 CEO가 직접 방한해 대통령실, 삼성, SK그룹을 연이어 컨택한 후 '한국에서의 AI: 오픈AI의 경제 청사진' 밑그림을 발표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픈AI의 공식 입장이 다소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어, 한국 시장이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AI는 한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한국 지사 설립을 공식화한 직후 이달 초 샘 올트먼 CEO가 직접 방한해 각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700조 규모의 AI(인공지능)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협력하기로 하면서다. 아울러 "한국이 세계 AI 산업의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소버린 AI(국가 자립형 AI) 구축과 글로벌 협력의 병행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국내에 발표했다.
한국 업계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점은 바로 오픈AI가 삼성, SK와 그룹 차원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우선 오픈AI는 스타게이트 이니셔티브를 위해 삼성과 SK로부터 D램 웨이퍼를 공급받기로 하는 내용을 추진하는 협약을 진행했다. 오픈 AI가 양사에 요청한 HBM 규모는 웨이퍼 기준 월 최대 90만 장이다.
기본적으로 스타게이트는 오픈AI가 소프트뱅크·오라클과 함께 5년간 5000억 달러(한화 약 700조 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를 위한 고성능, 고효율 메모리가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국내 AI 데이터센터 구축 추진을 위해 과기부, SK텔레콤,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중공업 등과도 협약을 맺었다.
오픈AI가 지난 9월 10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픈 AI 코리아' 공식 출범을 알렸다. ⓒ데일리안DB
오픈AI에게는 이번 방한의 직접적인 성과가 존재한다. 바로 삼성과 SK그룹이 챗GPT 엔터프라이즈(B2B : 기업용) 사내 적용을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실질적으로 이번 오픈 AI의 목표가 스타게이트에 앞서 챗GPT의 B2B 전환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오픈 AI의 챗GPT 기업용 AI 서비스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이미 국내 대기업·금융사·공공기관 중심으로 시범 도입이 진행 중이다. 국내 AI B2C 시장에서 챗GPT는 약 80% 내외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기업용(B2B) 시장은 아직 도입 초기 단계로, 오픈AI는 엔터프라이즈 제품군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내부 데이터·업무공정·문서 체계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는 형태의 확장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스타게이트 협력이 단순 인프라 차원을 넘어, 오픈AI가 한국 내 B2B AI 서비스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보유한 반도체·통신·데이터센터 역량을 활용해 물리적 인프라는 한국에 두되, AI 모델·서비스 운영권은 오픈AI가 주도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스타게이트 코리아와 관련해 어떠한 것도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다"며 "오픈AI가 대규모로 국내에 투자한다는 것인지, 정부의 자금 지원인지 등이 확실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는 점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리헤인 오픈AI 글로벌 대외협력부문 최고책임자는 23일 더 플라자 서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은 작년보다 4배가량 성장한 1700만명이 챗GPT를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1700만명은 한국 총 인구의 약 33% 상당이라는 점에서,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에서 소버린 AI 구축과 글로벌 협력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생태계가 있고 견고한 AI 개발자 커뮤니티와 AI 리터러시 레벨이 자랑할 만하다. 선도적인 인프라 기업들이 AI 컴퓨팅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차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8일(현지시각) "한국 국민을 기쁘게 할 발표가 곧 있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황 CEO가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기업에 AI 칩을 공급하는 새로운 계약을 발표할 계획으로, 이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진 엔비디아의 전략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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