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최측근 연루에 '정권 리스크' 부상
'종교 해산' 발언 '외압' 의혹 빌미만
최측근 '정진상' 연루에 '李게이트' 조짐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교 게이트'의 파장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이재명 정부의 첫 장관직 사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루된 여권 인사가 아직 남아있는 탓에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이 대통령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11일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의를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그동안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일축한 것과 달리, 이날 오전 방미를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사의를 표했고 이 대통령은 곧바로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전 장관 사의로 통일교 게이트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여당은 전 전 장관이 이재명 정부에 부담을 끼치지 않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하지만, 야권의 판단은 다르다. 다수 여권 인사가 통일교 의혹에 연루됐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전 전 장관에 대한 진술은 특히 구체적이다. 이에 전 전 장관이 의혹을 일축하면서도 사의를 표한 것은 사실상 일부 사실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야권은 하고 있다.
야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연루 의혹이 불거진 여권 인사로 향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 전 장관을 비롯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등 전·현직 인사가 거론된다. 이들의 경우 전 전 장관처럼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지 않았을 뿐, 수사 과정에서 통일교 측으로부터 나온 명단인 만큼 당장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야권은 압박하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전재수 사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면서 "이 대통령은 '종교 단체 해산'을 운운하며 논점을 흐릴 것이 아니라, 본인이 임명한 장관과 친명 핵심 인사들에 대한 '전면적·엄정 수사' 원칙부터 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전 전 장관은 사실상 이번 사건에 대해서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나"며 "현직 장관으로서 기소를 받게 된다면 단순히 의혹이 불거진 것과 달리 파급력이 큰 탓에 대통령실과 소통된 결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윤영호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7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통일교 게이트'는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소강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금품을 받은 민주당 인사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결국 입을 닫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과 정황이 이 대통령으로 연결되자, 야권에선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선 '종교 단체 해산' 발언은 통일교에 대한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두 차례 국무회의에서 종교 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해 '정교분리' 원칙을 어겼다며 해산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특정 종교를 언급한 것이 아니며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낮췄다. 하지만 윤 전 본부장의 공판을 앞두고 나온 발언인 탓에 추가 폭로를 막기 위한 의도적인 발언이라고 야권은 의심한다. 결국 윤 전 본부장은 여권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다음은 이 대통령 측근으로 평가되는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점이다. 특히 통일교 측이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 전 정무조정실장에게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공개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이 "정 전 정무조정실장은 해당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통일교 측과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고 밝혀왔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 대통령에게 의혹이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본인과 성남라인 핵심 인사들의 직접적인 통일교 접촉 의혹까지 더해지며, 이 사건은 이제 '이재명 게이트'로 확산되는 상황"이라며 "민중기 특검을 직무유기와 편파수사 혐의로 고발해 이재명 정권의 '불법 정치자금·통일교 유착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정권 차원의 리스크로 부상시키기 위해 '협력 관계'까지 맺는 상황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통일교 정치자금 의혹 특별검사(특검)를 제안하자, 송 원내대표는 "적극 환영한다"며 "국민의힘과 함께 명확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발본색원을 특검으로 이뤄내 보자"고 화답했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통일교 특검이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한다. 특검 수사 결과 연루된 인사들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이재명 정부가 입는 타격은 절대 가볍지 않다. 임기 초반 국무위원 2명과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진술이나 증거가 나온다면 야권은 당장 '탄핵'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모두 무혐의가 나온다면 정권 리스크는 해소되지만, 수사·재판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탓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실정이다.
이 대통령이 '여야 엄정 수사'를 주문한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는 다른 관측도 나온다. 전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야권 일부에선 명청(이재명·정청래) 대전이 통일교 게이트를 통해 내부 권력 다툼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은 "현재 통일교 리스트에 등장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 문재인 정부 시절 인사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고육지책을 가장한 차도계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며 "명청 대전의 갈등 국면에서 이 대통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통일교 게이트'는 여야 모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사안으로 부상했지만, 최대 피해는 이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의 경우 이번 사태로 도덕적 문제를 지적받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지만, 이 대통령은 측근 그룹이 연관된 탓에 화살이 이 대통령에게 향한다면 도덕적 타격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민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이 대통령"이라면서 "이 대통령 최측근의 이름이 나온 상태이기 때문인데, 만약 수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증언이나 폭로가 나온다면 대통령직 수행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야당에선 탄핵 사유라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거대 정당 모두 악재가 터진 것은 분명하지만, 특히 여당에 좀 더 타격이 크다"며 "국민의힘은 내란 정당 프레임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 악재가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민주당은 도덕적 우위에 있는 것처럼 주장하다 이번 사태가 터졌기 때문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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