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대신 재정비…장수 프로의 ‘변화’ 가능할까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0.29 11:02  수정 2025.10.29 11:02

'복면가왕'·'서프라이즈'

나란히 휴식기 돌입

23년을 달린 ‘서프라이즈’와 10주년을 맞은 ‘복면가왕’이 나란히 휴식기를 갖게 됐다. MBC는 두 장수프로그램에 대해 “재정비 후 돌아오겠다”라며 방송 재개를 약속했다. 소재, 출연자 고갈이라는 장수프로그램의 한계를 마주한 두 프로그램이 재정비로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이하 ‘서프라이즈’)는 26일 방송 말미 자막을 통해 휴식기를 선언했다. 2002년 4월 7일 첫 방송을 시작해 총 1185번의 일요일을 거쳤다는 ‘서프라이즈’ 제작진은 “바다로 강으로 산으로 폭염에도 폭우가 쏟아져도 이집트로 할리우드로 캐나다 하키장으로 23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서프라이즈한 여정이었다”라고 그간의 여정을 되짚으며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서프라이즈’는 내년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다.


‘복면가왕’은 올해 12월 녹화분까지의 방송을 마친 뒤 재정비에 돌입한다. 나이, 성별, 직종 등을 모두 숨긴 채 편견을 버리고 오직 목소리로 승부한다는 독특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은 받아 온 ‘복면가왕’ 또한 내년 돌아올 전망이다.


‘서프라이즈’의 종영 직후, 이 프로그램에서 재연 배우로 활약하던 김하영은 SNS를 통해 자신을 “118회부터 1185회까지 함께 한 ‘서프라이즈 여자 걔’”라고 소개하면서 “우리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다. ‘서프라이즈’가 있어서 함께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소중한 가족 같은 인연이 됐다. 다시 만나는 거 맞죠”라고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표했는데, 그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서프라이즈’는 박재현, 김난영, 정국빈 등 신인 또는 조·단역 배우들의 귀한 장이 되기도 했었다. 앞서 재연 배우들 대신 AI 배우들이 사연을 대체했을 때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재연 배우들은 어쩌냐’라며 비판이 이어지는 등 시청자들의 관심도 따뜻했다.


‘복면가왕’ 또한 스타들이 타 가수의 노래를 부르며 역량을 뽐내는 자리가 되기도 했으나, 동시에 가면을 쓰고 정체를 숨긴다는 확고하면서 개성 넘치는 색깔을 바탕으로 전 세계 50여 개국에 포맷을 판매할 만큼 큰 사랑을 받기도 했었다.


다만 이 같은 의미와는 별개로, ‘서프라이즈’는 소재 고갈, ‘복면가왕’은 섭외의 어려움이 느껴진다는 장수프로그램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결국 폐지 대신 재정비를 선택한 MBC지만, 익숙함을 유지하면서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지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함께 따른다.


비슷한 예로 SBS도 앞서 ‘세상에 이런 일이’의 재정비를 선택, MC 임성훈, 박소현 대신 전현무, 백지영, 김호영 등을 투입해 시즌제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당초 2%대였던 시청률은 3%대로 상승했으나, 화려한 MC진이 낸 성과로는 미미하다는 평도 함께 받는다.


KBS는 앞서 ‘진품명품’의 30주년을 맞아 기존 MC 강승화 아나운서와 더불어 홍주연 아나운서가 새롭게 합류하며 변화를 시도했고, ‘아침마당’은 김재원 아나운서가 명예퇴직하며 박철규 아나운서가 투입돼 엄지인 아나운서와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젊은 피’를 투입해 에너지를 주고자 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미 있는 변화로 호평을 받진 못하는 모양새다.


MBC는 물론 SBS도 '세상에 이런 일이' 폐지 대신 재정비 끝에 재개 선택했으며, KBS도 휴식기는 없었지만 '진품명품', '아침마당' MC 교체 및 투입 등으로 변화 시도.


현재 방송가에서는 ‘대학가요제’(MBC)가 다시 소환이 돼 방송되는가 하면, 과거 종영한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JTBC), ‘한끼줍쇼’(JTBC) 등이 새 단장 후 돌아오기도 한다. ‘옛 프로그램’을 다시금 선보이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흐름이 뚜렷한 가운데, 장수프로그램의 의미 또는 인지도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앞선 장수프로그램의 ‘변화’ 시도가 유의미하게 통하지는 못한 가운데, 방송 재개를 기다리는 프로그램도 고민이 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 프로젝트에도 큰 제작비를 투입하기 힘든 방송가의 상황 속에서, ‘익숙함’이 무기인 장수프로그램은 ‘과감한’ 변화 또한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시즌제로의 전환을 통해 더 흥미로운 경연 방식과 다양한 출연자들의 고퀄리티 무대를 갖고 돌아오겠다”고 말한 ‘복면가왕’,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 맞춰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한 뒤 재정비를 거치겠다”고 예고한 ‘서프라이즈’ 등 장수프로그램들의 ‘영리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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