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2025] '황금 외교'로 트럼프 맞은 李대통령…한미 관세협상도 마무리 수순

데일리안 경주(경북) =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10.30 00:00  수정 2025.10.30 00:21

국빈 방한 트럼프에 금관·훈장 수여…극진한 예우

오찬메뉴로 미국산 갈비·금가루 브라우니 올라

대미 투자 중 현금 2000억달러…年 200억 달러

트럼프, 만찬서 "이번 여행 절대 잊지 않을 것"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국빈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극진히 예우한 가운데, 한국의 새 정부 출범 후 5개월 가까이 이어온 한미 관세협상이 마침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감대 속에, 적극적인 북미 대화 의지의 재확인 등 '페이스메이커'로서의 외교·안보 협력을 강조했다.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두번째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총 3500억 달러(약 49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금 중 2000억 달러(약 284조원)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약 28조원)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떠나는 시각이 한 시간가량 늦어지며, 정상회담 일정은 전반적으로 지연됐다. 긴장감이 감돈 상황에서 이번에도 양국이 관세 협상에서 가시화된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양국 정상의 회담이 끝난 지 약 3시간 만에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관세와 관련 합의 소식을 전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0일 한국의 상호관세 및 품목관세 인하, 대미 투자 확대를 골자로 하는 한미 관세 협상을 큰 틀에서 구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한미 양국은 미국이 예고했던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같은 합의 결과로 상호 관세는 지난 8월 7일부터 15%로 인하됐으나 자동차 관세는 곧바로 인하되지는 못한 상태였다. 양국은 3500억 달러 대미 금융 투자 패키지의 구조, 수익배분 등 세부조건에 이견이 있어 후속 협의를 이어왔다. 회담 직전까지도 남은 수순은 결국 두 정상 간 '톱다운 담판'으로 귀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세부 내용이 합의됨에 따라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2000억 달러는 현금 투자로,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이른바 '마스가 프로젝트(MASGA·Make America Ship building Great Again)'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 사업에 투입키로 했다. 신규 선박의 건조 도입 시에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금융을 포함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투자 약정은 2029년 1월까지이지만 실제 조달은 장기간 이뤄지고, 시장 매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조달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완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층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양해각서(MOU)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과 미국이 수익을 5대 5로 배분하되, 20년 이내에 원리금을 전액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배분 비율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품목 관세 중 의약품·목재 등 일부 품목은 최혜국 대우를 적용받기로 했다. 항공기 부품과 복제의약품(제네릭),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은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반도체는 우리의 주된 경쟁국인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고,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에 대한 추가 시장 개방은 방어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첫 일정이었던 APEC CEO 서밋 연설에서 자국의 관세 정책을 예찬하며 "한국과의 무역 합의를 곧 마무리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발언은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 협상에 대한 압박으로도 해석됐다. 이런 가운데 경제적 합의 못지않게 주목 받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이 대통령의 '황금빛' 의전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맞이했다. 대통령실은 국빈방문 형태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별 제작한 금관 모형을 선물했고 한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도 수여했다. 무궁화 대훈장을 우리나라 안전 보장에 기여한 우방국 원수에게만 예외적으로 수여해 온 것으로 미국 대통령이 이 훈장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정상회담은 오찬을 겸해 진행됐다. 오찬 메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를 반영하면서도 '황금빛 한미동맹의 미래'를 기원하면서, 한식의 풍미를 살리는 데 초점이 맞췄다. 식탁에는 미국산 갈비를 사용한 갈비찜을 비롯해 금 가루로 장식한 브라우니, 감귤을 활용한 디저트가 올랐다.


저녁에 열린 이 대통령 주최 특별 만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 운영하는 와이너리의 트럼프 샤르도네와 트럼프 카베르네 소비뇽이 만찬주로 제공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맞으며 특별 제작된 황금빛 훈민정음 문양의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양국의 관세 협의 타결을 계기로 안보 분야 협의도 속도를 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잠수함 건조 등 여건 변화에 따라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하면서 후속 협의를 해나가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 실장은 브리핑에서 "동맹 현대화를 위한 여러 전략적 현안에 대해 미국 측의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확인한 것이 핵심 성과"라며 "이 대통령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역내 안보 환경 대응을 위해 국방비 증대와 핵 추진 재래식 잠수함 도입 문제를 협의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이 대통령 주최로 진행된 리더스 만찬에서 "정말 나에게 레드 카펫을 깔아주고 환영을 해 줬다. 그리고 나에게 준 금관도 굉장히 탁월한 예술 작품이었고. 미국 대통령으로 처음으로 무궁화대훈장까지 받는 그런 영예를 누렸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깊이 감사를 드리고 이번 여행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이 작은 구름이 있지만 다 이것도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구름'의 의미는 명확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한반도 정세를 빗댄 표현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도 열심히 노력해서 모든 것들이 다 잘 해결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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