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배우’ 류승룡의 남다른 리얼리티 [D:PICK]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0.31 11:15  수정 2025.10.31 11:15

천만 영화 ‘극한직업’을 비롯해 디즈니플러스 대작 ‘무빙’, ‘파인: 촌뜨기들’까지, 큰 스케일의 작품을 이끌었던 배우 류승룡이 현실에 발을 붙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가는 중이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 이야기’)로 오랜만에 TV 시청자들을 만나는 류승룡이 대한민국 중년의 현실을 디테일하게 포착하며 진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김부장 이야기’는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한 중년 남성이 긴 여정 끝에 마침내 대기업 부장이 아닌 진정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에서 류승룡은 입사 25년 차. 뛰어난 실무 능력과 영업 스킬로 입사 이래 단 한 번도 승진을 놓치지 않은 세일즈맨 김낙수 역으로 극을 이끌고 있다. 제목 그대로 서울 자가에 대기업을 다니며 꿈꾸던 삶을 이뤘다고 생각하지만, 아들과의 소통은 마음 같지 않고,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은 중년 세일즈맨. 류승룡은 김낙수의 애환을 디테일하게 그려나가며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제작발표회 당시, “소시민의 삶과는 거리가 먼 중산층”이라는 지적을 받은 것처럼 김낙수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인물이기도 하다. 가방 하나를 고를 때도 상사와 후배 사이, 적절한 선을 고민하는가 하면 자신보다 더 좋은 차를 모는 후배를 향해 은근한 눈치를 주는 등 어떻게 보면 ‘지질한’ 김낙수의 사소한 특징들이 이 작품의 리얼리티를 결정짓기도 한다.


이에 배우의 연기력이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했는데, 류승룡은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김낙수의 면모를 절묘하게 그려내 몰입도를 높인다. 일명 ‘꼰대’처럼 보이지만, 그가 왜 그런 발언을 하고 또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그 이면의 복잡함을 놓치지 않고 표현해 내면서 김낙수를 ‘납득 가능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다.


고지식한 그의 언행에 분노가 유발되다가도, 어쩐지 ‘짠한’ 김낙수를 향한 감정은 류승룡의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감정이다.


영화 ‘극한직업’에서는 코믹한 활약으로 천만 관객 돌파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후 ‘무빙’, ‘파인: 촌뜨기들’에서는 여러 배우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몰입을 이끌었었다. 특히 최근 작품인 ‘파인: 촌뜨기들’에서는 과거 가부장적이지만,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운 가장의 애환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었는데 이에 그가 이번 ‘김부장 이야기’에서는 지금의 아버지를 어떻게 다르게 그려낼지 기대감을 끌어올리기도 했었다.


류승룡 특유의 유쾌한 매력도 이해를 돕는데 한몫한다. ‘파인: 촌뜨기들’에서 배우 양세종과 ‘티키타카’를 보여준 것처럼, 이번에는 회사 후배와 또,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MZ 아들과 호흡하며 분노와 웃음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이를 통해 마련한 ‘이해의 발판’이 또 어떻게 시청자들을 설득시키게 될지, 류승룡이 부여하는 ‘리얼한’ 김부장에 궁금증이 이어진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