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李대통령-시진핑 한중정상회담
한반도 평화 공감대·MOU 체결 성과
北비핵화·한한령 '민감 현안'은 논의만
위성락 "신뢰 공고히 하는데 의미"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시진핑중국 국가주석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은 한중 관계가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했지만, 핵심 현안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논의에만 그친 탓에 야권에선 '빈손 회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비롯해 민생 분야 실질 협력 강화 방안 등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양국 정상은 '호혜적인 협력' 성격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한중 관계가 전면적으로 복원됐다고 위성락 안보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한미 관세 여파로 미국 위주의 외교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한국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한중 관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더욱이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데, 현재도 적대심을 풀지 않는 북한과의 관계가 더욱 경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도 지난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과 미국이 팔을 한 쪽씩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라며 "한국은 한미동맹을 계속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역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이 대통령은 줄곧 강조한 '실용·균형 외교'를 전면에 내세워 미국과 중국 각각 나라의 협력을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위 실장은 이번 한중 관계 복원 배경에 "이재명 정부의 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대중 외교가 있다"며 "'호혜적 협력'이라는 한중 관계의 중요한 자산을 바탕으로 양국 정상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추진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상회담 직후 이어진 국빈 만찬에선 시 주석은 "이 대통령과 성과 있는 회담을 가졌다"며 "중한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나라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중한 관계를 일관되게 중시해 왔고, 중한 우호를 주변 외교의 중요한 위치에 두고 있다"며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함께 협력해 상생하는 등 서로의 성공을 도와주는 좋은 이웃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공동의 노력으로 중한 관계의 아름다운 내일을 함께 열어가자"고 말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중·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시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 동안 미국 문제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이 대통령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을 이전과 같이 유지할 수 없다는 발언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달 31일 이뤄진 중일 정상회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시 주석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서 중일 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비공개 회담에선 일본의 침략 역사와 대만 문제를 거론했다고 중국중앙TV(CCTV)는 보도했다. 이는 중일 관계 발전을 위해 소통하자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반면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이사 갈 수 없는 중요한 가까운 이웃"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 등 표현을 통해 한국과의 관계 발전에 기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위 실장은 "지금까지 한중 관계 발전에 부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왔던 한중 공동의 역사적인 경험과 양국 모두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호혜적인 협력' 성격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70조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를 비롯해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2026~2030), 서비스무역 교류·협력 강화 등 계약서 1건과 경제·치안 분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핵심 현안인 북한 비핵화 문제나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다섯 곳을 겨냥한 제재 조치, 한한령 등 문제는 논의에만 그쳤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시 주석의 "한반도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라는 정도의 입장밖에 끌어내지 못했다. 문제는 북한이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의제로 올라간다는 소식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개꿈"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적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강한 의지를 받아내지 못한 채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언급한 것은 낙관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에 앞서 위성락 안보실장이 전달한 메모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 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서로 간 정치적 신뢰를 공고히 하는 데 큰 의미를 가진다"며 "이 맥락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비롯해 안정, 비핵 등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북한 핵 문제 상황이 많이 변했고, 여건이 변했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도의 얘기가 있었다"며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인데, 이 뜻은 북한도 남한도 핵을 갖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한반도 핵심 현안인 '비핵화' 문제는 논의에만 그치자, 야권에선 "당면 현안을 해결하지도 못한 '빈손 회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양국 정상이 실용적 외교, 경제 협력을 위한 소통에 나선 점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북한은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개꿈'이라며 한중 비핵화 논의에 반발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북중 교류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안일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중 통화 스와프 연장 등 소기의 성과는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한한령 해제, 서해 인공구조물 철거 등 한중 관계 핵심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나 진전은 없었다"며 "사드 보복 이후 8년째 계속 중인 한한령, 중국의 불법 어로, 서해 인공구조물 설치 등 현실적 문제들에 침묵한 회담을 두고 '관계 복원'이라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중 관계가 복원됐지만 향후 미국과의 관계 향방도 주목할 점이다.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은 양자회담을 통해 무역전쟁 확전 자제를 시사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와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 협력에 동의했으며, 미국은 중국에 부과해 온 관세를 10%p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협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일시적 숨 고르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이번 '한중 관계' 강화를 두고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이 대통령의 '균형 외교' 성과의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권에선 '한미 동맹'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우리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외교 중심은 '확고한 한미 동맹' 위에 서야 한다"며 "실용적 외교를 위한 노력은 이어가야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안보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하고 한미일 안보 공조 틀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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