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보다 더 기쁘다" 3승 안긴 야마모토, 월드시리즈 MVP…블게주 눈물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5.11.02 15:04  수정 2025.11.02 15:12

2차전 완투승, 6차전 선발승 이튿날 7차전 2.2이닝 무실점

WS MVP 선정 뒤 로버츠 감독 “야마모토는 최고의 투수” 칭찬

랜디 존슨 이후 첫 월드리시즈 3승 투수..올해 월드시리즈 영웅


월드시리즈 MVP 야마모토 요시노부. ⓒ AP=뉴시스

오타니 쇼헤이가 아닌 야마모토 요시노부(27)의 월드시리즈였다.


LA 다저스는 2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펼쳐진 ‘2025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4-4 맞선 연장 11회 터진 윌 스미스의 결승 홈런과 전날 선발승을 거두고 또 등판한 야마모토 요시노부 무실점 역투에 힘입어 5-4 승리,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품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연패다.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은 3년 연속 우승(2000년)을 차지한 뉴욕 양키스 이후 25년 만이다.


3-4 끌려가던 다저스는 9회초 1사 후 로하스의 극적인 동점 홈런에 이어 11회초 1사 후 터진 스미스의 솔로 홈런으로 5-4 리드를 잡은 뒤 야마모토의 병살타 유도로 승리를 따내고 포효했다.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둔 야마모토는 벼랑 끝에 몰린 6차전에 다시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96개의 공을 던지고 이튿날 7차전 종반 다시 등판해 2.2이닝 무실점 역투로 월드시리즈 3승 째를 수확했다. 야마모토는 월드시리즈 3경기(평균자책점 1.02 / 17.2이닝 2실점) 3승 포함 포스트시즌 6경기 5승1패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특급 스타 오타니의 존재를 가릴 만큼 야마모토이 활약은 눈부셨다.


4차전 6이닝 투구 후 나흘 만에 등판한 오타니가 비셋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고 물러나면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멀어지는 듯했다.


0-3 끌려가던 다저스는 4회초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희생풀라이로 1점을 만회했고, 6회에는 에드먼의 희생플라이로 2-3까지 따라붙었다. 1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6차전 9회말 등판했던 글라스노우가 9번 타자 히메네스에게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2-4로 다시 벌어졌다.


패색이 짙어지는 8회, 로버츠 감독은 야마모토의 불펜 대기를 허락했다. 전날 선발 등판으로 던지기 어려운 상태지만, 월드시리즈 7차전인 만큼 모든 것을 걸겠다는 야마모토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잘 던지던 예세비지를 상대로 먼시가 추격의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3-4까지 따라붙었다. 야아모토는 더 힘을 내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래도 경기장 내 분위기는 3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토론토 쪽으로 기울었던 게 사실이다. 9회초 토론토 팬들은 모두 기립해 '마무리' 호프만을 연호했고, 호프만은 첫 타자 키케 에르난데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월드시리즈 반지에 성큼 다가서는 듯했다.


직후 상상하지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오타니를 뒤에 두고 타석에 들어선 베테랑 로하스가 의외의 솔로 홈런을 터뜨려 4-4 동점을 만들었다. 모두가 오타니 타석을 두려워하고 있을 때, 로하스가 깜짝 홈런을 터뜨린 순간이다.


ⓒ AP=뉴시스


8회부터 좌완 선발 스넬을 내보내 버티던 다저스는 1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결국 야마모토 투입을 결정했다. 체력적 부담은 매우 크지만 다저스에서 현재 가장 뛰어난 투수가 야마모토이기 때문이다.


심리적 중압감 탓인지 야마모토는 커크에게 사구를 던져 만루위기를 자초했다. 그래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7차전 9회말 1사 만루라는 큰 위기에서도 야마모토는 바쇼와 클레멘트를 잡아내고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10회말을 삼자 범퇴로 정리한 야마모토는 11회초 스미스의 홈런으로 5-4 리드를 잡았다. 1이닝만 막아내면 월드시리즈 반지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 야마모토는 선두타자 게레로 주니어에게 2루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희생번트와 볼넷으로 1사 1,3루 위기에 놓였다. 로버츠 감독은 그래도 야마모토를 믿었다. 이에 화답하듯 야마모토는 커크를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 처리한 뒤 펄쩍펄쩍 뒤며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야마모토를 상대로 2루타를 터뜨리고 무사 2루 찬스를 만들었던 게레로 주니어는 더그아웃에서 다저스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보며 눈물을 훔쳤다.



ⓒ AP=뉴시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시상식 단상에서 "야마모토는 고트(Greatest Of All Time)"라고 치켜세웠다.


2001년 애리조나의 랜디 존슨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거둔 투수가 된 야마모토는 당연히 월드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2009년 히데키 마쓰이(당시 양키스) 이후 16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일본인 월드시리즈 MVP 영예를 안았다.


야마모토는 경기 후 MLB.com 등과의 인터뷰에서 “대단히 기쁘다. 작년과 올해는 너무 다르다. 내가 정말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기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일본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투수 부문 5관왕(2021~2022), 3년 연속 퍼시픽리그 MVP에 올랐던 ‘일본 특급’ 야마모토는 2023시즌을 마치고 다저스와 12년간 3억2500만 달러(4650억원)라는 역대 투수 부문 최고 계약을 체결했다.


데뷔 시즌은 부상과 제구 불안으로 18경기 7승2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2승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는 주무기 고속 스플리터 등을 앞세워 12승8패 평균자책점 2.49로 활약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NL 챔피언십시리즈 및 월드시리즈 완투승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이제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최고의 ‘빅게임 피처’로 올라섰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