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 내건 李대통령, 반쪽 본회의장서 협치 외쳤다 [정국 기상대]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11.05 04:00  수정 2025.11.05 04:00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언급하며

진영 넘는 국가 인공지능 비전 강조

"2026년이 변화의 시작점 되길…

새 미래 초당적 협력 부탁드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AI 대전환'을 내건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반쪽 본회의장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첫 예산'이라며 AI를 전면에 내세웠고, 연설문에서도 'AI'라는 단어를 28차례 언급하며 관련 비전을 강조했다. 연설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4일 약 22분 가까이 진행된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바로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내년은 '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2026년 총지출을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 원으로 편성했다"면서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과감하게 편성하되 불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고 했다.


연설문에는 'AI'가 총 28회 등장한데 이어 국민 21회, 산업 18회, 예산 16회, 지역 11회 순으로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평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도 각각 4회 언급하며 외교적 성과와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경제 6회, 국방 6회, 문화 4회 등 키워드도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해 AI 인프라를 비롯한 생태계 전반의 혁신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 26만장 이상의 대규모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를 비롯한 AI 컴퓨팅 인프라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공급할 예정인 최신 GPU 26만장 중 공공 부문에는 약 5만장이 투입된다. 현대차와 엔비디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를 기반으로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고 피지컬 AI 신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MOU(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AI 전환을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시대의 전환점'으로도 재차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일 년이 뒤처지겠지만,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출발이 늦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고속도로'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보화 고속도로'를 언급하기도 했다. 진영을 넘는 국가 비전의 계보를 강조하며 AI 시대를 새 성장축으로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연설이 울려 퍼진 본회의장은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의미가 퇴색했다. 국민의힘이 불참한 상황에서도 이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 '협치'의 메시지를 반복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정부는 열린 자세로 국회의 제안을 경청하고 좋은 대안은 언제든지 수용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되어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며 "2026년 예산안이 치밀한 심사를 거쳐서 신속하게 확정될 수 있도록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내란특검'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다,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이른바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다 중단한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 서두에서 국민의힘의 보이콧을 의식한 듯 "좀 허전하다"고 말했다.


막상 연설이 시작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주요 발언마다 박수를 보냈고, 연설 직후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각료들이 이 대통령의 입장을 환영하는 박수를 보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 민생에 있어서도 국회와 정부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며 "우리 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을 국회에 제안드렸다"고 했다.


이어 "물 한 바가지를 아껴보겠다고 마른 펌프를 방치하면 가뭄에 고통만 길어진다. 지금은 재정을 마중물 삼아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할 때"라며 "2026년이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 대한민국 대전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국회에 초당적인 협력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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