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고, 만지고, 쓴다…케이팝 앨범의 변신 [D: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5.11.06 14:00  수정 2025.11.06 15:16

연준 트렁크 쇼츠부터 아일릿 리틀미미까지…음악을 넘어선 체험형 패키지

케이팝(K-POP) 앨범이 '덕질'용 소장품을 넘어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서랍 속에 머물던 앨범을 입고, 만지고, 쓰는 팬들이 늘고 있다. 아티스트의 세계관이 옷과 파우치, 장난감, 액세서리로 확장돼 ‘듣는 음악’이 아닌 ‘체험하는 물건’으로 진화하고 있는 식이다.


ⓒ빅히트 뮤직

7일 첫 솔로 앨범 '노 레이블즈: 파트 01'(NO LABELS: PART 01)을 내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은 트렁크 쇼츠(Trunk Shorts) 버전을 예약 판매 받고 있다. 앨범 박스에는 실제로 착용 가능한 트렁크 쇼츠가 포함돼 있으며 허리 밴드에는 앨범명 ‘노 레이블스’가 새겨져 있다.


경계와 틀을 두지 않고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자는 앨범 메시지를 ‘입는 아이템’으로 구현한 것이다. 일상에서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을 만큼 실용적이면서 새깅(sagging) 스타일 등 다양한 패션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음악과 패션을 연결한 굿즈형 앨범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6일 케이타운포유(ktown4u) 판매량 기준 377장이 예약됐다. 이는 위버스 버전(75장)과 포토카드 케이스 버전(112장), 포토북 버전(134장)과 비교해도 3배 이상 높은 판매율이다.


ⓒ빌리프랩
ⓒ빌리프랩

이달 24일 싱글 1집 ‘낫 큐트 애니모어’(NOT CUTE ANYMORE)로 컴백하는 걸그룹 아일릿(ILLIT) 은 이번 앨범 중 머치(Merch) 음반을 두 가지 버전으로 구성해 화제를 모았다. 하나는 영국 패션 브랜드 ‘애슐리 윌리엄스’(Ashley Williams)와 협업해 시그니처 패턴과 콜라주 디자인이 적용된 파우치 버전, 다른 하나는 국내 스테디셀러 캐릭터 ‘리틀 미미’(Little Mimi)와 협업한 인형 키링 버전이다.


두 버전 모두 스타일리시함과 실용성을 갖춘 아이템으로, 팬덤을 넘어 일반 소비자층의 구매 욕구까지 자극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며 앨범이 단순한 음반을 넘어 패션 소품으로 소비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아일릿 역시 케이타운포유서 리틀미미 버전이 2000장, 파우치 버전이 467장 예약돼 일반반(221장)과 비교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쏘스뮤직

싱글앨범 1집 ‘스파게티’(Spaghetti)를 내고 활발히 활동 중인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은 이번 앨범에서 스트레스 볼 버전을 발매해 팬들의 인기를 끌었다.


스트레스 볼은 파스타 면발을 형상화한 노란 개 모양으로 손으로 쥐면 말랑하게 변형되는 소재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힐링 소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르세라핌은 이를 앨범 구성품으로 포함시켜 실용성과 감정적 만족을 동시에 겨냥한 패키지를 완성했다.


ⓒ엔시티 위시 공식 인스타그램

보이그룹 엔시티 위시(NCT WISH)는 지난 9월 발매한 미니앨범 ‘컬러(서프 버전)’(COLOR (Surf Ver.))에 추억의 워터게임기를 구성품으로 담았다.


버튼을 눌러 링을 넣는 단순한 장난감에 엔시티 위시의 상징인 ‘위츄’를 넣고, 링을 거는 고리를 미역 모양으로 만드는 등 곡의 콘셉트를 시각화했다. 아날로그 감성을 최신 굿즈로 적절히 옮긴 사례이자 앨범이 세대 간 감성을 연결하는 매개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스파 정규 1집 아마겟돈 CDP 버전, 뉴진스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컬래버한 일본 데뷔 싱글 슈퍼내추럴 스트링백 버전 등 기획사들은 이제 앨범 제작 초기부터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패션 상품, 리빙 아이템 등 음악 외적 감각 요소를 강화하는 추세다.


음악 산업 관계자는 “이제 앨범은 단순히 노래를 담는 매체가 아니라 팬들의 감정과 취향, 일상까지 이어주는 경험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며 “굿즈형 앨범 소비함으로써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직접 만지고, 입고, 즐기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음악을 듣는 행위보다 참여하고 체험하는 행위로 확장된 것이 최근 케이팝 시장의 핵심 변화”라며 “앨범은 이제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현 세대의 감각을 담은 오브제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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