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면역세포가 폭주하는 비밀을 밝히다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11.05 09:50  수정 2025.11.05 09:50

킬러 T세포, ‘비정상적 활성화’ 원인 등 규명

인터류킨-15, 킬러 T세포 과활성화해 조직손상 유발

‘인터류킨-15’에 의한 킬러 T세포의 비특이적 과잉 활성화와 조직 손상.ⓒ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의철·박수형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은혁수 충남대 의대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킬러 T세포의 ‘비특이적 활성화’가 일어나는 분자적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고 5일 밝혔다.


킬러 T세포(CD8+ T세포)는 감염된 세포만 선별적으로 제거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지만 반응이 과도해지면 감염되지 않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염증과 조직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과잉 면역 반응은 중증 바이러스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사이토카인(cytokine)에 의해 비특이적으로 활성화된 킬러 T세포가 아무 세포나 무작위로 공격한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이를 비특이적 T세포 활성화로 명명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그 후속 연구로, 이러한 비특이적 활성화의 분자적 기전을 규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여러 사이토카인 중 ‘인터류킨-15(IL-15)’라는 물질에 주목했다.


실험 결과, IL-15는 킬러 T세포를 비정상적으로 흥분시켜 감염되지 않은 세포까지 공격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바이러스 감염 등 항원 자극이 있을 때는 이러한 과잉 반응을 억제함을 밝혀냈다.


이러한 억제 작용은 세포 안의 칼슘 농도가 변하면 칼시뉴린(calcineurin)이란 단백질이 작동하고, 이 신호가 NFAT라는 조절 단백질을 움직여 킬러 T세포의 행동을 제어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규명됐다.


즉 IL-15 신호에 의해 활성화되는 세포 내부의 칼시뉴린–NFAT 경로가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연구팀은 일부 면역억제제가 이 칼시뉴린 경로를 차단해 오히려 특정 상황에서는 IL-15에 의한 킬러 T세포의 과도한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면역억제제의 작용이 모두 동일하지 않으며 환자의 면역 반응 양상에 따라 약제를 신중히 선택해야 함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 분석을 통해 IL-15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킬러 T세포에서만 증가하는 유전자 세트(마커)를 찾아냈으며 이 마커가 급성 A형 간염 환자의 킬러 T세포에서도 뚜렷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해당 마커가 질병 진단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중증 바이러스 감염, 만성 염증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장기이식 거부반응 등 다양한 면역 질환의 발병 원인 이해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또 IL-15 신호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면역조절 치료제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 교수는 “우리 몸의 킬러 T세포는 단순한 방어자가 아니라 염증 환경에 따라 비특이적 공격자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이러한 비정상적인 활성화를 정밀하게 조절하면 난치성 면역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과학대학원 이호영 박사와 박사과정 김소영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으로, 국제학술지 면역학(Immunity)에 지난달 31일 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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