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기술 아닌 ‘주민 불편’, 상생 모델 만들어야[가축분뇨 자원화④]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11.06 07:00  수정 2025.11.06 07:00

정부, 가축분뇨 고체 연료화 본격

‘혐오시설’ 주민 반대 극복이 과제

기술 고도화로 냄새 등 불편 줄여야

처리 수익 일부 주민 환익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가축분뇨 고체 연료화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기술적 과제는 분뇨에 포함된 수분을 어떻게 낮추느냐다. 그런데 기술적 과제보다 더 큰 난관은 악취와 환경 오염 등 주민 불편 해소다.


가축분뇨 고체연료화 사업은 소, 돼지 등이 배출한 분뇨를 분리, 건조, 성형해 고체연료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퇴비(거름)나 액비(액상비료)로 쓰던 분뇨를 재생에너지 연료로 만들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2023년 축산환경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해 기준 가축분뇨는 연간 5087만1000t 발생했다. 이 가운데 농가 스스로 처리하는 비중은 2619만t(51.5%), 위탁 처리는 2468만1000t(48.5%)이다.


전체 가축분뇨 가운데 퇴비 또는 액비(액상 비료)로 자원화하는 비중은 84.5%(4302만6000t)이다. 퇴비가 3702만3000t(72.7%)로 압도적이다. 액비는 600만3000t(1.8%)을 차지한다.


정부가 가축분뇨를 ‘고체 연료화’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축분뇨 70% 이상을 퇴비로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악취와 토양, 수질 오염 등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축분뇨를 에너지원으로 만들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고체 연료화 과정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주민 반대다. 냄새, 미관 등 불편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가축분뇨 처리시설에 대한 반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핵심이다.


일례로 한국남부발전이 여주축산협동조합과 함께 가축분뇨 고체연료 사업을 추진하는 경기도 여주시 경우 현재 ‘혐오시설’과 ‘냄새’를 이유로 주민 반대에 봉착한 상태다. 해당 사업은 연간 1만2000t 규모 축산분뇨로 만든 연료(고체연료)로 발전소를 가동하는 내용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인근 축사에서 발생하는 냄새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새로운 처리시설이 들어선다고 해도 기존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혐오시설인 가축분뇨처리장이 지역에 들어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전북 남원시는 지난해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이하 처리시설) 신설 문제를 두고 주민과 갈등을 빚었다. 남원축협에서 추진하는 해당 사업은 고체연료 수요처 미확보 문제와 함께 주민 반대에 봉착했다. 남원 주민들은 해당 시설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주거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했다.


전북 완주군 또한 몇 해 전 우분(소똥) 연료화 시설을 추진하다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주민들은 ‘우분연료화시설 설치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려 계획 전면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주민 반대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기술 고도화를 꼽는다. 시설 고도화 핵심은 냄새 차단이다. 축산 분뇨 처리에 있어 가장 큰 골칫거리이자, 주민들이 고체연료화 사업에 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가장 큰 이유다.


고체연료화 시설은 기술 고도화로 축산 농가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냄새를 줄이고 있다. 가축분뇨 처리 기간이 짧은 데다 말리고 압축하는 과정 위주라 악취가 현저히 감소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하지만 주민 인식에는 여전히 기피 시설이다. 따라서 선진지 견학 등으로 주민 불신을 상쇄시킬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고체연료화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는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일본이나 유럽 등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 선진국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 다각화를 하고 있다. 시설 운영으로 발생한 수익은 농가와 지역 주민에게 직접 배분하기도 한다.


한 발전기업 관계자는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에 대해 주민들이 고정관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사실”이라며 “결국 방법은 (기피 시설이) 아니라는 걸 눈으로 확인시키고, 이런 시설들이 주민들에게도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는 걸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축분뇨 고체화 사업이 국가적으로 필요한지 아닌지를 논하기 전에 해당 지역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같이 상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축산농가 출자·수익 주민 환원…유럽에서 엿보는 해법[가축분뇨 자원화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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